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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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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매일 겪는 기후 위기: 한반도의 현실과 해법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21 06:23

환경부·기상청 ‘기후 평가보고서 2025’
한반도 기온 상승속도 세계 평균 1.4배
지금 추세라면 2100년 기온 7℃ 상승
해수면 82cm까지 높아져 연안 침수도
폭염·가뭄 일상화…경제·안전 위협받아
“정부·기업·시민 당장 행동에 나서야”

흙탕물 넘실거리는 광주천

▲호우 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7월 1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 인근 광주천에서 흙탕물이 넘실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후신호등

▲.

지난 19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한국이 직면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축적된 연구 성과(2000여 편의 논문 등)을 종합해 한반도의 기후변화 진행 상황, 현재의 충격, 미래 전망, 그리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반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 기후 재난이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보고서 표지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 표지.


이산화탄소 배경 농도

▲(자료=국립기상과학원, 2025)


◇대기 중 온실가스: 위험 수위 돌파


한반도에서 최근 10년(2013~2022) 동안 이산화탄소(CO2) 농도 증가율은 연평균 2.5ppm으로 그 이전 10년(2003~2012)의 연평균 증가율 2.2ppm보다 빠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각각 11ppb, 1.1ppb의 연평균 농도 증가율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4년 안면도와 울릉도, 제주(고산리) 기후관측소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428~431ppm이었다. 이는 같은 해 전 지구 평균보다 5~8ppm 높다. 매년 약 3.4ppm씩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2℃ 상승의 한계선인 450ppm까지 불과 6~7년밖에 남지 않았다.




메탄도 심각하다. 안면도에서 관측된 메탄 농도는 2030ppb로, 전 세계 평균보다 약 100ppb 높았다.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다른 온실가스도 모두 전 지구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 가스는 각각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대기에 남아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기온상승

▲(자료=기상청, 2025)

◇한반도는 얼마나 더워졌나


기온 상승은 기후위기의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1912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 지표 기온은 10년마다 0.21℃씩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15℃/10년)보다 40% 이상 빠른 속도다.


100년 넘게 쌓인 온난화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반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8℃ 이상 더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 평균 상승폭(1.2℃ 안팎)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봄과 겨울철의 온난화가 두드러진다. 서울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100년 전보다 3℃ 가까이 상승했고, 눈 내리는 날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강원 산간 지역에서조차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잦아졌고, 겨울 스포츠 산업과 산림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기온전망

▲(자료=국립기상과학원, 2022)


◇ 미래 전망: 지금보다 7℃ 더 뜨거워질 수도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AR6)기반의 공유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를 적용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단기(2021~2040년 이전) 및 장기(2081~2100년) 기후 전망을 제시했다.


온실기체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 전 세계 평균 기온이 단기적으로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중간 및 높은 배출 시나리오(SSP2-4.5, SSP3-7.0)에서도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2081-2100년 장기적 전망에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1.5°C를 초과해 SSP1-2.6에서 1.8°C, SSP2-4.5에서 2.7°C, SSP3-7.0에서 3.6°C, SSP5-8.5에서는 4.4°C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는 210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최대 7℃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기온이 7℃ 상승한다면, 폭염 일수는 현재보다 9배, 열대야는 21배 늘어난다. 5일 단위 최대 강수량은 31% 증가해, 서울 같은 대도시는 매년 침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바다의 경고: 뜨거워지고 높아지는 해역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변화는 육지 못지않게 심각하다. 1968~2023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7℃)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특히 동해에서는 표층 수온이 1968년부터 2023년까지 약 1.9℃ 상승했고, 중층 수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울릉분지에서는 최근 18년간 중층 수온이 1.075℃ 상승하는 등 심층 및 중층 해수의 열, 염분, 산소 특성 변화가 관측됐다.


해양 극한 현상도 증가 추세에 있었다. 해양열파는 해수온이 과거 평균 대비 매우 높게 오르는 현상으로, 국내 해역에서 특히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1982~2020년 동안 동해는 전 세계 해역 중 해양열파 누적강도가 세 번째로 높았으며, 여름철 발생일수는 다른 계절보다 65% 이상 많았다.


해수면 상승도 빠르다. 동해 일부 해역은 연평균 7㎜ 이상 해수면 상승을 기록하며, 세계 평균(3.7㎜)보다 거의 두 배 높았다. 2100년까지 해수면은 최대 82㎝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연안 지역이 침수 위기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천·군산·부산 등 항만과 어촌 마을은 장기적으로 거주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무더위 속 시원한 물놀이

▲서울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한 어린이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올해 여름은 역대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일상화된 극한기상


기후위기는 평균 기온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체감하는 극한 날씨로 나타난다. 2025년 여름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보였다. 기후 보고서가 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기온 상승이 가파르고 극한호우도 심해지고 있다.


▶폭염: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폭염 일수는 15.6일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0년대 평균(7일)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8년과 2023년 여름에는 일부 지역에서 체감온도 40℃를 넘는 날이 잇달아 발생했다.


▶열대야: 열대야(밤 최저기온 25℃ 이상)는 폭염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1970년대 연평균 2.5일에서 최근 10년간 20일 이상으로 늘었다.


▶집중호우: 강수 패턴이 변해 6월 강수량은 줄고, 7~8월에는 국지성 호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장마 시작일과 2차 장마 시작일이 모두 앞당겨지면서 여름철 평균 강수량과 호우 빈도가 증가했다. 장마가 물러나는 날은 2000~2014년의 기간 동안 약 10일 늦춰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2020년 충청지역 기록적 폭우, 2022년 서울 강남 도심 침수, 2023년 경북 지역 산사태는 모두 이 같은 흐름의 단면이다. 2022년 수도권에서는 시간당 141.5㎜의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태풍: 북태평양의 폭풍 수는 최근 증가하며 생애 주기가 길어졌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반도에 도달하는 태풍은 과거보다 강력해졌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하이선', 2022년 '힌남노'가 대표적 사례다.


▶가뭄: 여름철 폭염과 겹치면서 '폭염형 급성가뭄(돌발가뭄)'이 늘고 있다. 2022년 제주도의 경우 5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2022년 수도권에서 극한강수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남부 지방은 역대 최악의 기상 가뭄을 겪는 등 지역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파: 극한저온현상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감소하다가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해빙 감소, 음의 북극진동 발달, 성층권 극와도 순환 약화, 우랄 블로킹의 빈도 증가 등에 기인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1973~2023년 한반도 한파일수는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뭄을 극복하라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강원 강릉에서 지난 7일 한 하천에서 살수차들이 운반급수를 위해 줄지어 취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후위기의 사회·생태적 충격


▶수자원: 지난 40년간 제주 지역 연강수량은 206㎜ 증가했지만, 충남은 120㎜ 감소했다.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며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늘고 있다. 물 부족에 있어서는 한강권의 임진강 하류와 주변 낙동강권역이 위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계: 일찍 개화하는 식물 종의 개화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아고산 침엽수 구상나무는 집단 고사 중이며, 남방계 나비와 야생벌은 북상하고 있다. 반대로 양서류와 민물고기는 서식지를 잃고 있다. 외래종인 뉴트리아, 붉은불개미, 작은입배스의 서식지가 확대돼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산림: 지난 40년간 매해 약 400㏊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발생면적과 피해액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산사태 발생 원인으로는 강우, 지형, 지질, 식생 등의 자연적 요인과 토지이용, 산림관리, 벌목 등의 인위적 요인이 존재한다. 산불은 매해 약 4004㏊의 피해가 발생했고, 2020년대 피해면적이 2010년대보다 10배 증가했다. 산불 증가의 원인은 사회경제적 원인과 평균기온 증가와 습도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사과 재배

▲(자료=농촌진흥청, 2021)

사과

▲(자료=농촌진흥청, 2021)


▶농업: 벼의 출수 한계기가 늦어지고 보리의 유수형성기가 빨라지는 등 이상기상의 피해가 발견됐다. 채소와 과수의 수량성과 품질도 낮아지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북상하거나 축소되고 있다. 사과 최대 산지인 충북 일부 지역은 앞으로 재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밭작물의 생산성과 품질도 이상기상으로 감소세다. 열대거세미나방 등 외래 병해충도 확산 중이다.


▶수산업: 수온 상승으로 명태는 거의 사라졌고, 오징어·고등어 어획량도 감소 중이다. 김·다시마 양식장은 고수온 피해로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고 있다.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의 어획량 변화는 최대 2923억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양식업 중에서는 멍게와 해조류가 높은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보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018년 여름 한 해에만 4000명 이상 발생했다. 대기오염과 알레르기 질환, 감염병 확산도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말라리아 국내 연평균 환자 수는 2016~2019년 310명에서 2020~2023년 370명으로 늘었고, 특히 2023년에는 673명으로 급증했다.


살오징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2023)


'기후 위기로부터 지키고 싶은 것들' NDC 67% 감축 촉구 기자회견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7% 감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론: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보고서는 기후위기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탈탄소 전환: 2030년까지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최소 30% 달성,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가 필수적이다.


▶ 도시 적응: 투수성 포장, 옥상 녹화, 빗물 정원 같은 저영향개발(LID) 기법과 AI 기반 홍수 예측 시스템으로 도시 침수를 줄여야 한다.


▶농업·수산업: 고온 저항성 품종 개발, 스마트팜·스마트양식 기술 보급, 병해충 조기 탐지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생태계 복원: 자연기반해법(NBS)을 도입해 훼손된 산림·습지를 회복하고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보건 대책: 폭염 취약계층 지원, 감염병 감시체계 강화, 공공 냉방 인프라 확충 등 국민 건강 보호가 필요하다.


▶거버넌스 혁신: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다.


한국은 이미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가뭄은 더 이상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경제와 안전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적응 전략을 강화한다면 피해를 완화할 수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런 것이다. “기후위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현재이자, 우리의 미래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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