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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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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反이민 정책, 美 경제에 오히려 ‘독(毒)’?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8 15:14
USA IMMIGRATION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의 한국인 직원들을 단속하는 모습(사진=EPA/연합)

미국 내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중심으로 미국에서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히스패닉은 미국에 거주하는 스페인어 사용권 출신 이민자로 현재 미국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리서치 업체 뉴머레이터의 자료를 보면 지난 6월까지 히스패닉 가구의 소비는 전년 동월대비 0.76%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였고, 아시아 가구 역시 증가폭이 0.51%에 그쳤다. 반면 백인과 흑인 가구의 소비는 각각 3.3%, 2.5% 늘어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히스패닉계는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에 소비의 주역으로 꼽혔으나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 냉각으로 지출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이 겹치면서 합법적 체류 신분을 가진 히스패닉 소비자들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의 상당수가 중남미 출신인 만큼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보유한 체류자들도 단속을 피하려 조심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가구의 소비 둔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비영리 단체인 라티노 도너 콜라보레이티브의 아나 발데스 대표는 “우리는 파티와 모임을 덜 하고, 배달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면서 합법적으로 체류 자격을 가진 소비자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국 기업들도 히스패닉계 소비 위축으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


유명한 미국 맥주 브랜드 '코로나', '모델로' 등을 제조하는 컨스털레이션 브랜즈의 빌 뉴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그들의 소비 행동이 바뀌었다"며 최근 몇 달간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고급 맥주 소비 감소세가 두드러져 사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히스패닉 소비자는 이 회사 맥주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고객층이다.


한식 바비큐 체인 'GEN 레스토랑 그룹'은 캘리포니아·텍사스·네바다주 등 히스패닉 고객과 직원이 많은 지역에서 이민 단속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류 할인 백화점인 '로스 드레스 포 레스' 측은 히스패닉 소비자가 많은 지역에서 수익성이 저조하다고 전했다. 뉴저지주에서 스페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엔젤 레스톤은 이민자 단속에 대한 공포감으로 올해 수요가 증발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싱크탱크 베이 지역 의회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불법 체류 이민자가 모두 추방될 경우 캘리포니아주 국내총생산(GDP)에서 최대 2780억달러가 증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GDP는 4조1000억달러로, 경제 규모만 봤을 때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4위다. 일본은 4조100억달러로 5위를 차지했다.


애비 레이즈 리서치 책임은 “이민자들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비영리단체 미국이민위원회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이민 당국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 최근 성명을 내고 “가뜩이나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출근을 꺼리는 근로자들이 더 늘어나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이에 대해 “미국 행정부 단속이 아시아계 등 외자 기업 공장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일본을 포함해 미국에 거점을 둔 외국 기업에서 경계감이 강해질 듯하다"고 관측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단속 강화는 미국 내 경제 활동에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 대규모 단속으로 히스패닉 노동자와 소비자가 위축돼 그들의 경제 활동이 축소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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