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미국과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대외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재계가 다시 '내실 경영'에 나서고 있다.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신사업을 물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래항공교통(AAM) 분야 리더십 재정비를 위해 신재원 본부장(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하늘을 나는 차' 기술개발 기반은 이미 구축했다고 보고 사업화를 위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AAM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인사를 통해 내실을 다진다. 지난달 31일 4개 계열사 대표이사 5명에 대한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한화·글로벌 류두형 한화오션 경영기획실장, 한화엔진 김종서 사장, 한화파워시스템 라피 발타 한화파워시스템 최고운영책임자(COO),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리조트 부문 최석진 대표, 에스테이트 부문 김경수 대표를 신임 대표로 각각 내정했다.
한화그룹은 사업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내년 경영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실행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SK·LG·롯데그룹 등은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발 공세,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 자체가 위기에 빠진 만큼 정부와 함께 의견을 모아 내실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HD현대케피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은 지난달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을 열었다.
이들은 270만∼370만톤 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체질 전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포함한 사업재편계획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신사업을 물색하며 그룹 내실을 다지려고 시도하는 곳도 상당수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국내 비수도권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을 열었다. 가동은 2027년부터다. SK그룹은 데이터센터를 거점으로 AI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제조업 혁신을 통한 울산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CJ그룹은 총수 일가 '4세 경영' 기틀을 마련하는 동시에 신사업 확장을 추진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이달 중 지주사로 이동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하게 된다. 이 실장은 그룹 최초로 실 차원 미래 신사업 전담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물색할 예정이다.
내부 결속을 통해 '입법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삼성생명법' 추진 우려에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는 삼성그룹, 자사주 의무 소각 공론화로 고민에 빠진 롯데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법무·대관·재정 등 모든 부문 역량을 결집해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해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앞으로 관련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바꾸는 게 골자다. 법안이 시행되면 규제 대상 주식가치가 '취득원가'에서 '현재 시가'로 바뀐다. 롯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지주는 자사주 비중이 27.51%에 이른다. 2017년 지주사를 출범할 당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투자회사를 인적분할해 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 자사주가 넘어온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