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불타는 중국 증시…동력이자 리스크인 ‘이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26 18:56

‘강세장 진입’ 中 상하이종합지수 10년來 최고
최대 3경(京) 머니무브 가능성

AI·경기부양 기대감 등이 상승호재
“심리 꺾이는 순간 엑시트” 경고도

CHINA ECONOMY TRADE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황소상(사진=EPA/연합)

중국 증시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하자 이번 강세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증시는 과거에도 가파른 급등세 뒤 2015년 여름에 대폭락을 겪었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868.38에 거래를 마감하며 전장 대비 0.39% 하락했다. 비록 소폭 밀렸지만 여전히 10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저점과 비교하면 25% 가까이 올라 강세장(저점 대비 20%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2015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8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도 이날 4452.59로 0.37% 내렸다. CSI 300 지수는 지난 22일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400선을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상하이·선전증시 거래대금은 3조1000억위안(약 604조5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강세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머니 무브'가 주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HSBC의 헤럴드 반 데 린데 수석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경제 역풍에 대비해 현금을 예금으로 비축해왔던 중국 가계가 자금을 굴리기 시작했다"며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하루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금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이 이번 상승장의 핵심 동력이고, 자금 규모 또한 거대하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주식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는 식었다"고 설명했다.


HSBC에 따르면 현재 중국 가계의 총 저축액은 160조위안(약 3경1200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뉴욕증시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예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만기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의 1년만기 예금 금리는 지난 5월 1%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과거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에 크게 오르다 폭락한 사례가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년 6월 2000선에서 2015년 6월 5170대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해 8월 3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ㄹ

▲올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다만 이번 강세장은 과거와 다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산업이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이번 증시 상승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 이유로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H20 칩의 구매를 중단할 것을 자국 IT 업체들에게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AI 모델 훈련·구동을 위해 자국산 칩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칩 제조업체 캠브리콘 테크놀로지 주가는 지난 7월 중순 이후 2배로 뛰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의 목표주가를 1835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종가(1329위안)과 비교하면 앞으로 약 38%의 상승 여력이 추가로 있다는 것이다.


중국 테크 기업들의 실적도 양호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SI 300 지수에 편입된 65개 테크 기업 중 28개 기업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들의 평균 매출 및 이익 성장률이 각각 11.4%, 15.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실제 상하이시는 전날 외곽 지역의 주택 구매 제한을 해제하고 일정 등급 이상의 친환경 신규주택 구입 시 주택공적금 대출 한도를 15% 상향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베이징시도 앞서 지난 8일 외곽 지역 주택 구입 제한을 해제하는 등 주택 구매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하고 9일부터 시행 중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권일보를 인용해 당국이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 추가 부양책이 이르면 9월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

▲중국 개인투자자들(사진=AFP/연합)

이에 모건스탠리는 중국 가계의 자금 이동과 유동성 증가, 규제 완화 등을 근거로 CSI300 지수가 단기적으로 47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또 전기차, 태양광 등 일부 업계의 과도한 가격 경쟁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투기성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증시가 빠르게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맥쿼리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 증시는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테마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짙어 유동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시장조사회사 밴티지마켓의 헤베 첸 애널리스트는 “이번 강세장은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보다 '미스터리 상자'에 가깝다"며 “심리가 꺾이는 순간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노무라홀딩스는 중국 증시의 “비정상적 과열" 가능성을 지적했고 자산운용사 롬바드 오디에의 이호민 선임 거시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0% 수준으로 유지되고 내수 부진으로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심각한 역풍에 직면하는 상황이라면 강세장은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