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최대 250%에 이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품목 관세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자국 내 의약품 제조시설 건설기간 단축 정책을 추진하며 '의약품 온쇼어링(자국 내 생산)'을 재촉하고 있다.
수차례 처리가 불발됐던 '생물보안법'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글로벌 제약업계의 현지 투자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12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FDA는 미국 내 의약품 제조시설 건설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FDA 프리체크(PreCheck)' 프로그램을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통상 5~10년 가량 소요되는 시설건설 기간을 축소해 신속히 추진되도록 인허가 등 설립 과정을 간소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프로그램 추진은 FDA가 미국의 해외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뜻을 함께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 내 유통되는 의약품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FDA 승인을 받은 활성의약품(API)을 생산하는 미국 제조업체는 11%에 불과하다는 게 FDA의 지적이다.
미 의회도 지난해 처리가 무산된 생물보안법을 재추진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온쇼어링 의지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중국 등 우려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을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특정기업 규제법안을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빌 해거티·게리 피터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달 말 국방수권법에 생물보안법의 내용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본격 재추진에 돌입했다. 이번에 상원에 제출된 법안은 지난해 처리과정에서 지적된 입법 절차상의 문제를 해소한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법안은 이르면 오는 9월께 상원에서 심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와 더불어 FDA·의회 등 미국이 전방위적인 의약품 온쇼어링 압박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도 현지 시설투자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39% 고관세율이 적용된 스위스의 양대 제약사 로슈와 노바티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사 의약품의 미국 시장 판매분을 전량 미국에서 생산해 관세 리스크를 회피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가 예정된 미국의 최대 250% 의약품 품목 관세 부과에 따른 조치다.
또한 로슈는 500억달러(약 69조원), 노바티스는 230억달러(약 32조원)에 이르는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관세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에도 △존슨앤드존슨 550억달러 △아스트라제네카 500억달러 △일라이 릴리 270억달러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수백억대 규모의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겨냥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에선 셀트리온이 7000억원대 투자 계획을 알리며 현지 생산시설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