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SDV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 계열사 포티투닷의 몸집을 키운다.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기아가 참여해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SDV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 화두로 떠오른 만큼 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포티투닷은 5003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당초 예정된 2023~2025년 계획에 따른 3차 자본 확충이다. 포티투닷은 현대차(55.9%)와 기아(37.3%)가 지분 대부분을 들고 있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기업이다.
회사 측은 이번 증자가 △SDV 기술 고도화 △에이전틱 AI 및 그래픽카드(GPU) 인프라 투자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 등 미래차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SDV는 자동차를 하드웨어 이동 수단에서 진화 가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혁신 개념이다.
조달된 자금은 기술 고도화 및 AI 인프라 구축, 그리고 글로벌 인재 확보에 전략적으로 투입된다. 포티투닷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기술 주권과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를 통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포티투닷은 현재 한국 본사를 중심으로 미국, 폴란드, 호주, 중국에 글로벌 연구개발(R&D) 거점을 운영하며 각 지역별 우수 인재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차량 운영체제 'Pleos Vehicle OS'를 비롯해 자율주행 AI 'Atria AI',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 에이전틱 AI 'Gleo AI', 차량·플릿 데이터 AI 'Capora AI' 등 핵심 플랫폼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개발해왔다.
이러한 기술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SDV 로드맵에도 반영돼 있다. 포티투닷은 내년 SDV 페이스 카 개발을 시작으로 2027년 양산차 적용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의 SDV 전략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로 활약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네이버랩스 대표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설립한 기업이다.
포티투닷은 2024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데뷔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경쟁 상대들이 저마다 '바퀴달린 스마트폰' SDV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본격화하던 시기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완성차 기업들이 모두다 SDV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비전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다. 테슬라가 '애플 방식'을 활용해 앞서나가는 와중에 몸집이 큰 폭스바겐 등은 조직개편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자금을 수혈하고 인재를 모았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는 현대차 SDV 본부장(사장)을 겸임하며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전략을 주로 추진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도 적극 추진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커머셜 등 그룹 계열사는 물론 삼성전자 등과도 동맹 관계를 구축하며 역량을 쌓았다.
포티투닷은 SDV가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능 확장이 아닌 '생활의 형태를 바꾸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글로벌 SDV 시장 규모는 매년 34% 가량 성장해 2034년 7000억달러(약 97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 재무 성과보다는 중장기 기술 주권 확보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핵심 파트너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