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을지트윈타워 사옥 전경. 대우건설
총파업까지 예고됐던 대우건설 임단협 갈등이 임금 2.5% 인상에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3위 자리 수성에 성공한 가운데, 내부 결속 다지기를 위해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대우건설 노사는 기본급 2.5% 인상을 골자로 한 2025년 임금교섭을 최종 타결했다. 지난달 대우건설 노조가 인상률 8.6%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거부한 후 총파업 찬반투표가 벌어지는 등 거세지던 노사 갈등이 타협점을 찾았다.
과정은 험난했다. 파업을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가 긴급 중재에 나서 인상률 2%를 제시했고, 대우건설 노조가 이를 수용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하고 당초 제안했던 1% 인상을 고집했다.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지만 결국 노사는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최근 대우건설을 둘러싼 여러 외부 여건들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노사가 한 발씩 양보를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최근 노조 측의 처우 개선 명분이 강화된 측면이 크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22년 초 중훙그룹은 대우건설 직원들에게 업계 3위 수준 처우를 약속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으면서 5년 연속 임금이 동결되는 등 처우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었다.
대우건설보다 업계 순위가 크게 뒤처지는 중흥건설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당시 중흥그룹은 내부 직원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큰 폭의 임금 인상 약속을 내놨다. 실제로 대우건설 사측은 인수 이후 4년간 총 25%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조는 여전히 직원 평균 연봉이 2022년 중흥그룹이 약속한 업계 상위 3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만큼 내부 불만이 큰 상태다. 시평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작년도 직원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 대우건설의 작년 평균 연봉은 1억100만원이다. 이는 삼성물산(1억 3400만원), 현대건설(1억900만원), 포스코이앤씨(1억3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1억200만원) 등 '업계 라이벌'들보다 낮다.
특히 지난달 31일 공시된 2025년 시평 순위에서 대우건설이 작년과 같은 3위 자리를 수성한 것도 노조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대우건설은 2006~2008년엔 시평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3~4위권을 유지했지만, 산업은행이 매각에 나선 2018년 이후부터 내홍을 겪으면서 시평 순위가 5~6위권에 머물렀다. 중흥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해인 2022년 시평 6위였던 대우건설 순위는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건설 톱3' 자리에 올랐다.
노조는 피켓 등을 통해 '우리들은 시공능력 TO3로 보여줬다! 회사는 임금수준 TOP3로 보답해라!'와 같은 내용으로 사측을 압박했다. 결국 대우건설 사측이 타사와의 처우 비교 및 올해 시평 순위 등을 고려해 통큰 양보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산재가 잇따르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포스코이앤씨의 면허 취소까지 검토되는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이름이 거론된 것도 외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내부 단속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의 건설업 면허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 포스코그룹이 포스코이앤씨를 매각하고, 인수 후보자가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중훙그룹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중흥그룹 측은 현재 그룹 산하의 대우건설과 중흥건설 운영에 신경 쓰기도 바쁘다면서 해당 설을 일축했지만 대통령까지 나선 이슈에 대우건설이 거론된만큼 서둘러 혼란한 내부 교통 정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진단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흥그룹 인수 후에 대우건설이 예전의 톱3자리를 되찾았고, 인수 당시 약속했던 업계 톱3 처우 공약도 있는만큼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회사도 양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며 “특히 최근 건설업계 산재 이슈로 외부 비판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노사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양자가 원하지 않았기에 극적 타결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