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에 따른 하락을 모두 회복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을 두고 비관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32.43포인트(1.00%) 오른 4만3819.2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52% 오른 6173.0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전장보다 0.52% 오른 2만273.46에 거래를 마쳐 종전 최고점 기록을 각각 경신했다.
S&P 500 지수가 최고점 기록을 경신한 것은 지난 2월 19일(종가 기준 6144.15)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2월 16일(종가 기준 2만173.89) 이후 6개월 만의 최고점 기록을 다시 썼다. 다만 다우지수는 지난해 12월 4일(종가 기준 4만5014.04) 기록된 사상 초고치 대비 2.7% 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S&P 500 지수는 12% 수직낙하하면서 한때 5000선이 깨지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달 9일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기로 발표하자 뉴욕증시는 본격적인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S&P 500 지수는 4월 저점 대비 24% 오른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포함해 각국과 무역 협상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무역 긴장이 완화될 것이란 낙관론과 인플레이션 둔화, 소비심리 개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이스라엘·이란 갈등 해소 등이 증시 상승을 견인한 주요 요인들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특히 이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디지털세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증시 방향을 주도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향후 증시 전망을 두고 비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타이크하우 캐피탈의 라파엘 투인 자본시장 전략 총괄은 “시장은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무역 협상, 거시경제 둔화, 지정학적 갈등, 재정적자 증가, 기준금리 인상 등 잠재적인 리스크들이 난무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상적인 결과만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2.0%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또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40%로 제시했다.
또 이날 미 미시간대가 발표한 6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60.7로, 4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다른 경제 지표들은 덜 고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5월 신규 주택판매는 약 3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지난 주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실질 개인소비지출(PCE)은 올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짚었다.

▲트레이더(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케이트 무어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상승 랠리가 불편하다"며 “투자 심리에 아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고 신호들이 많이 있는데 사람들이 왜 관심을 두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시장이 관세의 영향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무어 CIO는 “새로운 무역협상이 임박했지만 지난 20년간 세계화가 미친 영향을 감안했을 때 기업들이 관세의 영향을 느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은 순진하다"며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활동이 둔화할 때에 대한 대응이며 이는 위험 확대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더 안좋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 연초까지만 해도 월가에선 S&P 500 기업들의 실적이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6개월 뒤인 현재는 성장률이 7.1%로 축소됐다.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 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2.8% 오를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2년래 최저 수치다.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는 트럼프발 무역전쟁 여파로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지난 26일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듯, 일부 트레이더들은 증시 하락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아크 이노베이션 ETF, 아이셰어즈 러셀 2000 ETF, 반에크 골드 마이너 ETF 등에 대해 옵션 시장에서 하락 베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향후 발표될 악재가 글로벌 증시 폭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케인 앤더슨 루드닉의 수석 시장전략가 줄리 비엘은 “포모(FOMO·상승장을 놓칠 수 있다는 공포)가 낙관론이 아닌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는다"며 “이에 기업 마진 혹은 실적이 줄어들거나 고용 지표가 심각하게 약화되면 증시를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이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