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인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서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이틀간 6월 FOMC 정례회의를 진행해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회의 결과는 19일 오전 3시에 공개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3시 30분께 예정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미국 금리가 이달 4.25~4.5%로 동결될 가능성을 99.8%로 반영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2.5%)과 미국 금리차는 2.00%포인트(p)로 유지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올해 들어서는 금리 동결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뜻)', '중대 실패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등으로 칭하면서 비판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감세, 이민 등의 정책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할 긴급성이 없을 때 가장 안전한 방향은 손 놓고 앉아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오히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가 이번 6월 FOMC의 핵심이다. 연준이 지난 3월 FOMC 당시 공개한 점도표에선 올해 2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반등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우려가 클 경우 향후 금리 인하 횟수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5월 FOMC 의사록을 보면 거의 모든 참석자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지속적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은 점도 연준이 매파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유가 급등에 따른 '오일쇼크'는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이에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번 점도표에서 올해 금리인하 횟수가 기존 2회에서 1회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매튜 루제티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이 1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의 전략가들도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연준의 매파적 서프라이즈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경제 상황을 지켜보기를 원하고 있는 만큼 12월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야후파이낸스에 말했다.
다만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추세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연준 내부에서 확산할 경우, 연준이 비둘기파 행보를 보일 수 있다. 월러 이사는 이달초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관세 영향은 올해 하반기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겠지만,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9월과 12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경제 지표에 온전히 반영돼야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블룸버그가 이달초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2%는 미국 경제가 크게 약화하기 전까지 연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지냈던 줄리아 코로나도 매크로폴리시 창업자는 미국 노동시장의 둔화가 가시화하는 10월이나 12월에 연준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