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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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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다음으로 선택받는 금…금값 시세 더 오르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12 13:49
ASIA-GOLD/DEMAND

▲골드바(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준비자산에서 금의 비중이 지난해 유로화를 웃돌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마저 고조된 만큼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가 발표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준비자산에서 금 비중이 20%로 집계되면서 유로화(16%)를 웃돌았다. 2023년까지만 해도 유로화와 금 비중이 각각 약 16.5%에 달했는데 1년만에 금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달러 비중은 46.4%로 여전히 높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은 3만6000톤으로 1965년에 기록된 사상 최대 규모(3만8000톤)에 근접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앙은행들이 금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금을 1000톤 이상 늘렸는데 이는 2022년 이전의 평균 매입 속도보다 두 배 빠르다.




ECB는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급격히 급증했으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금과 금리의 역의 상관관계가 무너졌다"고 짚었다.


지정학적 불안에 이어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점도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CB가 중앙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분의 2는 지정학 리스크 대비를 위해 금을 매입했다고 답변한 반면 응답자 3분의 2는 자산 다각화를 위해 금에 투자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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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국제금값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이런 가운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안전자산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이 80톤 가량의 금을 매월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투자은행 HSBC가 올해초 중앙은행 7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분의 1 이상은 올해에도 금 매입을 늘리겠다고 답한 반면 금을 매도하겠다는 응답은 하나도 없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의 티무르 술레이메노프 총재는 “금은 일반적으로 보험성 자산으로 간주되지만 올해 나타나는 관세, 글로벌 무역 재편, 패닉 등을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투자처"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렇듯 금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이어지자 국제금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주목받는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34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시세는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불안이 극에 달했던 지난 4월에 3425.30달러로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그 이후 박스권에서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지속할 것이란 이유로 금값이 올연말 37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UBS 글로벌 자산관리의 마크 헤펠레 최고투자책임자도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금에 충분한 익스포져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각에선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가 앞으로 둔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글로벌 금융사 ING는 올 1분기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전분기 대비 33% 줄은 244톤에 달했다며 이번 분기 평균 금값이 3250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연평균 금값은 3128달러로 예측됐다.


RBC 브루인 돌핀의 재닛 무이 시장분석 총괄은 “금 시세가 고공행진해웠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금 매수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면서도 “불확실한 지정학적 환경과 자산 다각화에 대한 수요가 금 축적을 장기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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