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아이오닉 9. 사진=이찬우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탈중국'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희토류·배터리소재·전장부품 등 공급망뿐만 아니라 생산·판매망까지 다변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1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희토류 7종 수출을 두 달째 통제하던 중국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6개월간 수출을 재개했다. 완성차업계에는 희소식이지만, 미-중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중국 정부가 희토류 공급을 다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국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센서, 스피커, 헤드램프, 차량용 센서 등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광물이다.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 정제 및 가공 능력의 90% 이상을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
즉, 중국이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 자동차 생산 차질과 가격 상승 등 연쇄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희토류 공급망 탈중국은 완성차 업계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의 필수 전략으로 부상했다.
다행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약 1년치의 희토류를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희토류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공급망 다각화에도 나섰다. 2022년 호주의 희토류 생산업체 아라푸라와 오는 2028년부터 7년 동안 매년 1500톤 규모의 희토류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연세대와 협력해 영구자석이 필요 없는 모터 기술 개발 등 기술적 자립도 병행하고 있다.
반면, 희토류를 미리 확보하지 못한 글로벌 업체들은 생산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지난달 말 '익스플로러'의 생산을 1주일간 중단했고, 일본 스즈키는 지난달 26일부터 소형차 '스위프트'의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멈췄다.
희토류뿐 아니라 배터리소재·전장부품 등에서도 탈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북미, 유럽, 동남아 등으로 생산 및 조달망을 확대하고 중국 내 생산·판매 비중을 줄이며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캐딜락 리릭. 사진=이찬우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는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내 천연흑연의 97.2%, 인조흑연의 95.3%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을 정도다. 이에 완성차 기업들은 미국, 호주,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원료를 조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퓨처엠 등 한국 소재기업이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도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공급망뿐만 아니라 생산-판매망 탈중국도 진행되고 있다. 불안정한 중국 내수 시장과 BYD, 지리 등 급부상하는 현지 브랜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중국 내 생산공장 매각 및 축소와 함께 인도·미국·동남아 등으로 생산 및 판매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 2·3공장 두 곳만 남기고 창저우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폭스바겐 역시 가동률이 낮은 공장들을 매각하고 있다.
GM, 포드 등 미국 완성차 기업도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북미, 동남아 등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등 핵심 소재의 탈중국 없이는 미래차 시장에서의 생존이 어렵다"며, “공급망 안정화와 시장 다변화가 완성차 업계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