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에서 유학하거나 이 학교의 학자 교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하버드대의 행동으로 인해 외국인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부적절한 목적지가 됐기 때문에 외국 국적자의 입국이 미국 이익에 해롭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폭력적이거나 불법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벌이는 외국인 학생들의 명단을 제출하라는 미 국토안보부의 요구에 하버드대는 3명만 제출했다며 “하버드대의 이러한 조치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기록을 완전히 보고하지 않거나 심각하게 단속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버드대가 지난 10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며 “하버드대는 그 대가로 중국 공산당 무장 조직의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초청해 훈련시킨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방 정부가 국가안보와 미국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하버드대가 공유하기 전까지 교육 교류를 통해 하버드대에 다니려는 외국인을 차단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포고문에 따르면 외국인으로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을 통해 하버드대에 다니기 시작할 목적으로 미국에 오려 하는 사람에 대해 6개월간 입국이 중단 및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법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입국 정지 및 제한의 연장이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담은 권고안을 90일안에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현재 F(유학·어학 연수 등)·M(직업훈련)·J(방문 연구원 등) 비자 중 하나를 가진 채 미국에 체류중이면서 하버드에 재학중인 외국 학생들의 경우 국무장관이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SEVP를 통해 미국의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미국의 국익을 위해 입국한다고 국무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판단한 외국인의 경우 이번 입국 정지 및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이후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하버드대와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하버드대에 등록된 외국인 유학생은 6800명 가량으로 전체 학생의 27%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졌던 일부 아이비리그 대학교들에 보조금 지급 중단을 압박하며 학내 인사 등에 대한 정부 개입 허용을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버드대가 대학 자율권 침해를 용인할 수 없다며 버티자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각종 지원 차단, 보조금 회수 경고 및 정부 용역 계약 해지 추진 등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특히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외국인 학생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는 정부 요구에 불충분하게 대응했다며 최근 하버드대에 부여된 SEVP 인증을 전격 취소했다.
하버드대는 이번 포고문에 대해 “하버드의 수정헌법 1조 권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또 하나의 불법적인 보복 조치"라며 “하버드는 외국 학생들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