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경기 성남 분당 야탑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진이 날리는 공장에서 배운 건 사람 냄새였습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인이 2017년 펴낸 자서전 '굽은 길 바로 걷기'에서 회고한 열다섯 소년공 시절 이야기다. 공업용 프레스 사고로 왼팔을 다쳐 평생 장애를 입었지만, 이 때의 경험이 이 당선이 그동한 견지해 온 '사람 중심' 정치의 출발점이었다.
2025년 6월, 대한민국은 가난한 소년공 출신 '흙수저 출신'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너무 가난해서 과일가게에서 버린 과일들을 주어다 가족들끼리 나눠 먹던 변방의 아웃사이더. 검정고시로 겨우 대학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고, 시민운동가·정치가로 성장한 뒤에는 수많은 고난과 사법리스크, 정치적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엔 극복해 대권을 쟁취했다.
이 당선인은 1964년 경북 안동의 산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성남으로 이주해 공장에서 손에 기름때를 묻히며 가족의 생계를 떠맡았다.
프레스 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입었고, 중·고등학교를 거치지 못했지만 검정고시로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해 졸업한 후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성남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시립병원 설립 운동 등을 이끌며 시민운동가로 부상했다.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전국 최초 지방정부 채무불이행 선언(모라토리엄)을 단행하고, 청년배당·무상교복·개발이익 환수 등 파격적인 정책 실험을 성공시켰다. 일각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가 말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행동하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유권자에게 각인시켰다.
경기도지사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의 정치적 실험과 성공이 이어졌다. 기본소득형 복지 실험, 경기도 공공개발 환수제도 등을 통해 복지와 재정의 접점을 찾아가는 모델을 현실에 구현했다. 공무원들의 반발을 설득해 명찰을 달게한 일, 수백곳의 계곡에 무허가로 난립해 있던 평상을 상인들과 협의해 평화롭고 신속하게 철거한 일 등은 그를 말만 앞선 '운동가'에서 '실력있는 행정가'로 변신시켰다.
총 세번의 대권 도전에서는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17년 첫 대선 도전에서 문재인 후보에 밀려 당내 경선 3위에 머물렀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에게 불과 0.73%포인트(p) 차이로 석패했다.
이후 수많은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다. 현재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쌍방을 대북송금 연루 의혹 등 5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온 가족이 수백건 이상의 검찰 압수수색 등을 당해야 했다. 성남시장 시절 비서실장 등 측근 5명이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끝에 스스로 운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오르는 등 탄탄한 당내 기반과 현실적 실용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2전 3기 끝에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나는 권력가가 아니라 봉사의 도구로 일하겠다"고 다짐해왔다.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국민주권의 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오늘부터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