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미국 정부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치열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어떤 법적 근거로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할지 관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등을 무효로 하는 판결의 집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연방국제통상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이용해서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IEEPA에 근거한 관세 조치를 무효화하고 '영구히'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나오자 백악관은 즉각 항소했고 미국 정부는 '판결 효력 정지' 요청을 긴급 제출했다. 항소법원이 1심판결의 효력을 중단시킨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명령이 2심 판결까지 일시적인 효력만 가지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로선 최종 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대응책을 계속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새로운 법적 권한을 찾아야 할 상황에 대비해 여러 옵션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트럼프 무역 팀은 플랜B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1974년 무역법의 122조와 301조를 순차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무역법 122조는 최장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해 시간을 번 뒤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교역국들에 대한 개별 관세 부과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교역국에 관세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시행을 위해선 일정 기간의 통지와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301조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중국 관세 부과 등의 근거로 이용된 바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974년 무역법이 IEEPA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더 확고한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들은 다만 논의가 여전히 유동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응책과 관련한 행정부의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를 확대할 거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반도체, 의약품, 구리 등의 제품에도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이익이 회복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 등과 같은 법적 근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국가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인 관세법 338조도 또 다른 방안으로 거론됐다. 이는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계획을 의회에 넘기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관세 부과 권한은 미 의회에 부여된 만큼 의회 입법을 통해 관세가 부과되면 법적 문제가 없지만 공화당의 우위가 근소한 만큼 관세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 끔찍한 (1심) 판결은 내가 이들 관세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다른 말로 하면 수백명의 정치인들이 워싱턴DC에 수 주, 심지어 수개월 동안 모여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는 다른 나라들에 어떤 것을 부과할지 결정을 내리려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