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국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너지경제가 이번 상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과정과 의미, 한계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발언하는 박범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범계 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2025.2.24 kjhpress@yna.co.kr (끝)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해결을 위한 핵심 조항은 제외됐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논의됐던 경영권 분쟁 시 독립적 주주총회 의장 선임 의무화 조항이 최종안에서 제외됐으며,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와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만이 포함됐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거론됐던 독립적 주총 의장 선임 강제화는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 시 발생할 수 있는 주주총회 운영의 공정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
◇'선재 업고 튀어'? 아니죠, 위임장 들고 튀어!
▲지난 13일 울산 남구 KIB플러그에너지 본사에서 개최된 제44기 임시주주총회에 주주들이 모여 있다. 사진=KIB플러그에너지 소액주주연대
한국 주주총회에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KIB플러그에너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치러진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을 무리하게 강행해 논란이 됐다. 법원이 KIB플러그에너지 주주연대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의결권 제한 주식을 모두 포함해 표결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위임장을 들고 튀는 일도 발생했다. 같은 날 발생한 다른 종목 주주총회의 경우, 사측은 밀실에서 위임장 검표를 진행하며 주주들의 참관을 막았다. 주주연대 측 변호사는 검사인에게 주주의 위임장 검표를 부탁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봉인된 위임장을 들고 경호원 1명이 뒷문을 통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고, 사전 준비해 둔 차량을 타고 도망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기업에서도 발생했다. 20%p 가까이 지분율 차이가 발생했음에도 패배하기도 했다. 와이엠의 경우 소수주주들이 47%의 지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패배했다. 주주들이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상당수 주식의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아 현 경영진이 승리를 거두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분쟁 건의 경우, 제3자를 주주총회의 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의장의 농간에 의해 주총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무엇이 담기지 못했을까?
소액주주들은 상법 366조 2항과 유사한 조문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했다. 상법 366조 2항에 따르면, 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 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가 소집되는 경우 주총 의장을 법원이 선임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경영권 분쟁' 상황이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을 (기준은 논의 필요) 가진 주주가 공정한 주총 진행을 위해 독립적인 주총 의장 선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청구한 경우, 주주총회 의장을 법원이 선임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상법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발의한 법안에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이 담기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경영권 분쟁 시 제 3자를 주주총회 의장으로 선임했다면 KIB와 같은 황당무계한 일은 없었다"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 변경도 엄청나게 큰 일이지만, 독립적인 주총 의장 선임을 강제했다면 국내 자본시장은 더욱 발전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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