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가 심각한데 가계대출 규제로 수요까지 줄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도 한가득이다. 건설업계는 최고경영자(CEO)를 바꾸거나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주요 건설사 리더십 변화 양상을 진단하고 내년 달라질 것들은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정진행 대우건설 신임 부회장.
예전 대우그룹 시절부터 '글로벌 대우'의 선봉장이었던 대우건설은 최근의 국내 건설 경기 침체에 대응해 이번에도 해외건설 시장 적극 공략으로 위기 타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투르크메니스탄, 베트남,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을 맡을 핵심 인사로 현대차그룹에서 다양한 글로벌사업을 추진했던 정진행 부회장을 영입했으며, 정원주 회장도 해외 영업사원을 자청해 동서분주하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0월 정 전 현대건설 부회장을 신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2020년 말 현대건설 부회장직에서 퇴직한 지 4년 만에 건설업계 복귀다. 대우건설이 없던 '부회장' 자리까지 신설하면서 정 부회장을 영입한 데는 그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꼽힌다. 그는 현대건설 부회장 재임 시절 다양한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2019년 현대건설을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1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정진행 부회장은 정 회장과 함께 해외사업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체코 인도 등을 방문하며 해외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건설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주택사업에 포트폴리오가 치우친 대우건설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겪었다. 상반기 대우건설은 5조3088억원의 매출과 21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각각 9.7%(5조8795억원)·44.3%(3944억원) 급락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2조9901억원) 대비 14.8% 감소한 2조547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902억원) 대비 67.2% 감소한 62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099억원에서 63.3% 줄어 403억원으로 떨어졌다.
대우건설은 5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50%, 10년 후에는 7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글로벌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1조원 규모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공장 프로젝트에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고 베트남에서 제 2의 스타레이크시티로 주목받고 있는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이 투자 승인을 받고 착공식을 가졌다. 북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 있다. 정 부회장과 정정길 미주개발사업담당 상무 등 임직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미국 시카고와 뉴욕을 방문해 현지 유수의 시행사·개발사와 만남을 가졌다. 대우건설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개발사로서 토지 매입, 인허가, 착공·준공, 임대·매각 등 전 단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세계 제1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구 수에 비례해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지역간 인프라 수준 차이와 빈부격차가 심각해 도시개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인도 비하르 교량 현장을 방문하면서 “회사의 미래는 해외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현장의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대재해 근절은 대우건설이 풀어야 할 숙제로 평가받는다. 대우건설은 올해 중대재해 제로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수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총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5명이 사망, 시공능력평가 순위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사고가 났다. 상황이 이렇자 대우건설은 지난달 이뤄진 조직개편에서 안전보건 역량을 강화했다. 안전품질본부 조직에서 CSO(최고안전책임자)가 전담 콘트롤타워가 된 안전조직만을 별도로 분리해 CEO(최고경영책임자)직속으로 재편했다. 또 전체 팀장의 약 40%를 신임 팀장으로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