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필두로 주요 선진국들의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를 이어가는 반면 일본은 금리 인상을 추진하자 글로벌 시장에서 '큰 손'으로 활동했던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본국에 환류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모와 속도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8월 5일 '블랙 먼데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4조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서서히 청산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 등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처럼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기법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거나 주요국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질 때 나타난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올 3월 회의에서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에도 금리를 또다시 인상했다. 이에 현재 일본 기준금리는 연 0.25%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자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자금을 회수해 본국 자산에 투자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실제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 올 1월부터 8월까지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28조엔 순매수했는데 이는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반면 투자자들의 해외 국채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말 18.9조엔에서 올 8월 11.9조엔으로 7.7조엔 줄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3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는 2.0% 이상으로 연초 대비 40bp(1bp=0.01%포인트) 오른 상황이다. T&D자산운용은 30년만기 국채금리가 2.5%를 넘으면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고 다이이치생명은 2.0% 이상이 되면 매력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T 로웨 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세인 채권 총괄은 “메가 트렌드 중 하나가 돼 향후 5~10년 동안 이어질 슈퍼 사이클"이라며 “해외에서 일본으로 자금이 지속적이고 점진적이지만 대규모로 이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수석 데스크 전략가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대규모의 자금 회귀(repatriation) 흐름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은 거대한 캐리 트레이더로, 이같은 추세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는 전날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의 기본적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켜보고자 한다"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향후 일본의 금리인상과 미 연준 등의 통화완화로 전략가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일본 엔화가 내년엔 강세를 보일 것을 전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세계에서(미국 제외)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 국채 10%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 1~2%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가상화폐에 이어 부실 위험이 큰 채권들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빠른 속도로 대거 청산할 경우 8월 5일 블랙 먼데이보다 더 극심한 악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현재 일본 노린추킨은행은 10조엔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해외자산을 청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32조7000억엔 정도의 엔캐리 자금이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는 “향후 엔 캐리 자금의 추가 청산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엔 캐리 자금 흐름을 더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