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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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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미래 ‘기후관리’에 달렸다…美, 한전·포스코 등 내년부터 기후공시 의무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25 14:01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 최종안 승인

시총별 단계적 적용…한전·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10개사 대상

한국도 2026년 회계 적용 검토…“미 기준 및 동향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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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사의 기후공시 의무화를 최종 승인했다. 한전, 포스코홀딩스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시가총액 규모에 따라 2025년 회계부터 순차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등 관련 정보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빠르면 2026년 회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어서 국내 관련 기관과 기업들은 미국 동향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25일 코트라 등 통상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6일 미국 상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에 대해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장사들은 2025년 회계연도 연간보고서를 기준으로 2026년부터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킨 스코프1, 스코프2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비롯해 홍수, 산불, 악천후 등 기후위기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온실가스 산정 범위인 스코프1은 제품을 생산할 때 직접적으로 배출된 양, 스코프2는 제품 생산에 사용된 전력의 배출량을 뜻한다. 당초 소재, 부품 등 협력사의 배출량까지 포함하는 스코프3까지 검토됐으나 최종단계에서 제외됐다.


법무법인 세종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공시 대상 항목은 △유동시가총액 7500만달러 이상 기업의 경우 스코프 1·2 온실가스 배출량 △허리케인, 토네이도, 홍수, 가뭄, 산불, 이상기온 등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 및 손실 △탄소 상쇄 및 재생에너지 크레딧(REC) 관련 비용 및 손실 △비즈니스 전략, 운영 결과 또는 재무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거나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후 관련 위험 △기후 관련 위험이 상장기업의 전략, 비즈니스 모델 및 전망에 미치는 실제 또는 잠재하는 중대한 영향 등이다.




이에 더해 △기업이 중대한 기후 관련 위험을 완화하거나 위험에 적응하기 위한 활동을 수행한 경우, 그러한 활동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중대한 지출 또는 재무적 영향의 추정치 및 가정치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설명 △저탄소 전환 계획, 시나리오 분석 또는 내부 탄소 가격의 사용을 포함해 중대한 기후 관련 위험을 완화하거나 적응하기 위한 기업의 활동 △기후 관련 위험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및 중대한 기후 관련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경영진의 역할 등이 기후공시 대상에 포함되는 등 매우 세부적이고 전문적이다.


시가총액 7억달러 이상 상장사는 2025년 회계부터, 7억달러 미만~7500만달러 이상 상장사는 2026년 회계부터 의무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공시는 2026년부터 시작된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은 한전, 포스코홀딩스, SK텔레콤, KT,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그라비티, 쿠팡 등 10개사이다. 25일 기준 미국 증시 시총을 보면 쿠팡 315억달러, 포스코홀딩스 243억달러, 한전 109억달러, SK텔레콤 84억달러, KT 71억달러 등 그라비티(4.9억달러)를 제외하고 모두 7억달러를 넘고 있어 2025년 회계부터 기후공시 의무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국내 대상 기업들은 기후공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한전과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지주사이고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계열사가 많아 준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기후공시 의무화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 준비에 착수한 상태"라며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일정에 맞춰 연결기준 탄소배출량 산출 등 의무 공시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SEC의 기후공시 의무화는 현지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관련 보고서에서 “SEC 기후공시규정은 의견수렴을 통해 초안 대비 공시의무를 상당부분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 및 미국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며 “환경단체들은 의무기준이 지나치게 완화됐다는 이유로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야당인 공화당은 과잉규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웨스트버지니아, 조지아 등 10개주는 기후공시 도입을 반대하는 소송을 발표했다. 미국 석유기업과 상공회의소도 시행을 저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5일 미국 법원은 이를 심의하기 위해 SEC 기후공시 시행에 대한 행정유예를 명령했다.


기후공시는 대체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평가되고 있다.


작년 6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를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공시기준인 IFRS SI(일반)과 S2(기후) 최종안을 발표했다. IFRS재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약 146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는 국제기구이다.


송 변호사는 보고서에서 “SEC 기후공시규정은 법원 소송까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류적 견해는 각각의 유예기간이 경과됨에 따라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도 기후공시 의무화를 준비 중이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빠르면 2026년 회계부터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기후를 포함한 ESG 공시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빠르면 2026년 회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미국이 먼저 기후공시를 시작하는 만큼 관련 규정과 동향을 많이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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