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경기 편성에 출근 부담 덜어줘…시음 후 음주측정 수치 '0.0'
깔끔한 제로 칼로리 라거부터 풍미 살린 에일·흑맥주까지…맛·향 다양
국내 시장 규모 내년 1000억원대 성장 전망…대체재 넘어 기호품 정착
▲기자가 시음한 비알코올·무알코올 맥주 15종. 사진=송민규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조별리그 경기 상당수가 한국 시간으로 평일 이른 오전 시간대에 편성됐다. 출근 시간과 겹쳐 경기를 보며 일반 맥주를 마시기는 부담스럽다. 취하지 않으면서 맥주 맛을 내는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시중에 유통 중인 대표적 무·비알코올 맥주 15종을 기자가 직접 시음해 봤다. 향과 맛, 영양성분을 비교하고 음주측정기로 잔여 알코올도 확인했다. 단, 카스는 카스제로가 아닌 카스 올 제로를 시음했다.
◇ 무·비알코올 맥주 15종 시음해 보니
기자가 평소 즐기는 맥주는 바이엔슈테판·파울라너 같은 독일 밀맥주 또는 로슈포르·레페·카르멜리엇 같은 벨기에 에일이다. 맥아가 빚어내는 단맛은 진하게 밀어붙여도 맥주의 풍미로 반기지만, 감미료가 더한 단맛이나 끝에 남는 신맛은 반기지 않는다. 이번 시음도 그 잣대를 그대로 가져갔다.
시음 대상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무·비알코올 맥주 15종이다. 같은 조건에서 향과 맛을 보고, 용량이 제각각인 점을 감안해 영양성분은 100㎖ 기준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시음을 마친 뒤 한시간 후 음주측정기를 불어봤다. 수치는 0.0으로 나왔다. 다만 비알코올 맥주에는 1% 미만의 알코올이 남아 있고, 알코올 분해 능력은 개인차가 있어 제조사와 경찰은 음주 후 운전을 권하지 않는다.
▲기자가 시음한 비알콜·무알콜 맥주 15종. 윗 줄 왼쪽부터 카스 올 제로, 하이트 제로 0.00, 테라 리얼 제로 0.00, 클라우드 논알콜릭, 버드와이저 제로. 가운데 줄 왼쪽부터 칭따오 논알콜릭, 하이네켄 제로, 칼스버그 0.0, 클라우스탈러 오리지널, 산미구엘 NAB. 마지막 줄 왼쪽부터 크롬바커 0.0, 제주누보, 코젤 넌 알콜릭, 기네스 논 알콜릭, 펑키몽크 다크. 사진=송민규 기자
◇ 가볍고 깔끔한 맛·묵직한 맛·맥주향 살린 맛 '세 갈래'
15종의 맥주를 마셔봤을 때 느낌은 크게 세 갈래로 묶었다. 가볍고 깔끔한 쪽, 향이 사는 쪽, 묵직한 쪽이다.
가볍고 깔끔한 쪽은 국산 라거가 채웠다. 카스 올 제로와 하이트제로, 테라 제로는 모두 칼로리까지 0으로 맞추면서 향만 살린 쪽에 가깝다.
카스 올 제로는 홉 향이 강하고 시트러스 향이 따라왔지만, 칼로리를 0에 맞추면서 맛은 아무 맛이 없는 쪽에 가까웠다. 테라 제로는 향이 약했고 옅은 단맛이 돌았다. 하이트제로 0.00은 홉 향이 나고 맛도 어느 정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맛이 옅었다. 세 제품 모두 100㎖당 칼로리가 4㎉ 이하로 가장 가벼웠다.
칼로리를 0으로 맞추지 않은 클라우드 논알콜릭은 맥주 향이 살아 있어 같은 라거 중에서도 깔끔한 편이었고, 버드와이저 제로는 향이 옅지만 맛은 있는 편이었다. 칼스버그 0.0은 약한 시트러스 향에 옅은 단맛이 돌았고, 쓴맛은 거의 없었다.
향이 사는 쪽은 맥주다움이 가장 잘 남은 제품들이었다. 칭따오 논알콜릭은 마실 때 홉 향이 따라오고 약간 달짝지근해, 시음한 라거 가운데 일반 맥주에 가장 가까웠다. 하이네켄은 적당한 맥주 향에 맛의 균형도 무난했다. 유일한 에일인 제주누보는 시트러스 향이 지배적이면서 홉의 씁쓸함까지 살려, 이번 시음에서 완성도가 가장 높았다. 같은 결의 클라우스탈러 오리지널도 맥주 향과 홉의 씁쓸함이 났지만 맥주맛 자체는 다소 약했다.
맛이 묵직한 쪽은 흑맥주 3종이다. 기네스 논알콜릭은 특유의 향과 거품을 잘 살렸고, 코젤 넌 알콜릭은 코젤 다크 특유의 향을 무리 없이 재현했다. 원본보다 맛이 옅지만 원본의 맛을 충실하게 재현해냈다. 펑키몽크 다크는 쌉쌀한 맛으로 흑맥주다움을 구현했다. 셋 다 가볍게 들이켜기보다 진한 맛을 찾을 때 어울렸다.
기자의 개인적 취향과 멀었던 제품도 있었다. 크롬바커 0.0은 맥주 향이 기자의 취향과 거리가 있었고 가장 달았다. 산미구엘 NAB은 신 향과 단맛이 겹쳤다. 끝에 남는 신맛을 반기지 않는 기자의 개인적 기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100㎖당 칼로리는 펑키몽크 다크가 35㎉로 가장 높았고, 크롬바커 28㎉, 제주누보 27㎉ 순이었다.
◇ 그래서 선택은
가볍게 마시려면 무칼로리 3종(카스 올 제로·하이트제로·테라 제로)이다. 맛은 옅지만 칼로리가 없어, 선호하는 맥주 향에 맞춰 고르면 된다. 라거 중에서는 클라우드가 깔끔하다.
맥주 맛에 가까운 향을 원한다면 칭따오와 하이네켄 그리고 제주누보를 권한다. 특히 제주누보는 이번 시음에서 완성도가 가장 높았다.
흑맥주를 찾는다면 기네스·코젤·펑키몽크 다크 모두 무난하다.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15종 영양성분표
▲자료 : 각 제품 성분표 (*는 100㎖당)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9년 150억원이던 시장은 지난해 7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는 내년 1000억원대 진입을 전망한다.
선두 경쟁도 치열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하이트제로 0.00'은 닐슨아이큐코리아 기준 단일 제품 점유율 36.8%로 1위다. 지난해 매출은 208억원으로 전년보다 20% 넘게 늘었다. 반면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호가든 등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모두 더한 제조사 점유율로는 40.3%로 자사가 앞선다고 본다. 단일 제품과 제조사 합산은 기준이 달라, 양 사가 서로 다른 잣대로 1위를 주장하는 셈이다.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은 이름은 비슷해도 서로 다르다. 주세법은 알코올분 1% 이상을 주류로 보는데, 1% 미만은 술이 아닌 음료다. 그 안에서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1% 미만이 남으면 비알코올이다. 제품명의 '0.00'은 통상 무알코올, '0.0'은 비알코올을 가리키는 표기 관행이다. 다만 숫자가 법적 등급은 아니어서 같은 브랜드도 공법을 바꾸면 표기가 달라진다. 주류는 아니지만 성인용 음료로 분류돼 미성년자에게는 팔 수 없고, 주세가 붙지 않아 가격은 일반 맥주보다 낮은 편이다.
제조 방식도 갈린다. 무알코올은 발효 단계를 건너뛴다. 맥아를 당화한 뒤 여과한 맥아 엑기스에 홉 향과 탄산을 더해 만들어 알코올이 생기지 않는다. 비알코올은 일반 맥주처럼 발효·숙성을 거친 뒤 알코올만 분리·제거한다. 섭씨 60~70도로 가열해 날리거나 역삼투압 필터로 거르는 방식이 쓰이며, 미량의 알코올이 남는다. 제주맥주 처럼 알코올을 빼지 않고 발효 과정에서 도수를 0.5도로 조절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발효를 거치지 않은 제품은 탄산을 따로 주입해 마실 때 산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식품유형도 제각각이다. 앞면에는 모두 '맥주'를 내세우지만 캔 뒷면 분류는 다르다. 발효 없이 만든 제품은 대체로 탄산음료로, 발효를 거친 제품은 효모음료나 기타발효음료로 분류되는 식이다. 다만 분류는 제조 방식만이 아니라 최종 성분 구성에 따라 달라져, 발효를 거쳤더라도 탄산음료로 표기되는 제품이 있고 그 외 혼합음료 등으로 잡히기도 한다. 주세법상 술이 아니라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는 음료여서, 같은 맥주맛 음료라도 만든 방식과 성분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공전(食品公典)상 다른 칸에 놓인다.
평일 오전 월드컵 경기 일정은 한 달 남짓이면 끝나지만, 세분화되며 진화하는 무·비알코올 맥주 라인업은 진열대에 남는다.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집어 드는 단순 대체재를 넘어, 각자의 입맛과 필요에 따라 골라 마시는 기호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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