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 사옥 입구.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박규빈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8조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진행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 건립 사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호 무역주의 기조 탓에 삼성전자가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들 대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추가 투자 추진 등 여러 부분이 현지 정부의 이 같은 결단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60억달러(한화 약 7조9782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2022년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제정된 반도체법은 핵심 산업 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반도체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646억원) 지원을 골자로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넘는 재원을 투입해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있다. 아직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액수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언급한 미국 투자 규모의 3분의 1에 달할 만큼 비중과 규모가 막대하다. 또한 반도체법 보조금 등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 지원 목적으로 책정한 280억달러의 25%에 조금 못 미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기업 대만 TSMC는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팹) 2개소를 건립하고자 4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받을 보조금은 5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전체 투자액 중 8분의 1 가량이고, 삼성전자 보조금 대비 10억달러 정도 적다는 전언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에는 15억달러를 지원한다. 이 역시 삼성전자에 지급하는 액수의 25%에 불과하다.
다만 같은 자국 기업인 인텔에는 직접 보조금·대출 등 총합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반도체법 보조금 수취 규모를 확대하고자 추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고, 미국 정부 역시 삼성전자와 회동한 결과 자국 내 사업 확장 가능성을 따져 보조금 액수를 60억달러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이와 같은 액수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것과 관련, 전자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내 자재 수급 차질·건설 비용 증가 등이 당초 계획 대비 테일러 공장 건설 비용 증대로 이어져 보조금 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한미 양국이 최근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 입장에서 외자 기업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할 중요한 위치에 서있는 점 등도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 내에 미국 내 추가 투자 계획을 수립해 공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1년 텍사스주 투자를 추진했고, 현재는 인공지능(AI)이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점을 감안하면 투자 계획을 더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삼성전자 DS부문 관계자는 “보조금 규모 일체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추가 투자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초과 이익 환수·기밀 정보 제출 등 지원받는 회사와 국가 입장에서는 다소 무리하다는 비판을 받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법은 1억5000만달러(약 1994억원) 이상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이 초과 이익을 거두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어 이 법에는 중국 내 공장 증설을 제한하고, 세부 회계 자료와 영업 기밀인 수율 제출 등의 제반 요건도 담아둬 '독소 조항'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생산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형국이다. 따라서 중국 관련 생산 규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들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보조금 신청 요건으로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생산 초년도 판매 가격 △이후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대규모 지원이 따르는 만큼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세부 조건을 어떻게 확정했고, 까다로운 조건들을 어떤 조건 아래에서 만족시켰는지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