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6일(목)
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11차 전기본 초안 발표 언제…‘고준위방폐법’이 변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31 11:28

산업부, 고준위방폐기법 국회 통과 촉구…법안 폐기 가능성에 '원전정책 위기론' 대두



"법 통과 불발 시 신규원전은 물론 계속운전도 차질 불가피"…다양한 변수 고려될 듯

clip20231125173950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 발표를 앞두고 31일로 예정됐던 총괄회의가 연기됐다. 2028년까지의 국내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전기본 초안은 당초 지난해 말 공개가 기대됐으나 현재까지 공식발표로는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사용후핵연료 특별법)’의 국회 처리가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3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고준위방폐물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신규원전은 물론 원전 10기 계속 운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야당에서 발의한 관련 법안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대상을 운영 허가기간 내의 원전에서 발생한 것으로 규정한 것은 물론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다른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독소조항도 포함했다. 그만큼 법안 통과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에서도 연일 최남호 2차관이 직접 나서 국회에 법안통과를 위한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최 차관은 최근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지난주 원전 단체들과 국회에 회기 내 법안 통과를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총선 국면인 만큼 회기 내 법안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특별법 발의한 참여한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제시한 독소조항을 받겠다고 했음에도 민주당은 상임위 통과를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통과시켜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산업부도 다른 법안은 적극 통과시키면서 이 법안에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정부 좋은 일을 시켜줄 리 없다"며 "이제 총선 국면이라 상임위부터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용산(대통령실)에서도 총선에 부정적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관심한 눈치다. 진작 서둘렀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총선 이후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나 다른 의원들이 다시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에 법안 통과가 불발되고 내년 총선까지 여당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이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좌초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구미시을)은 최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져 법안 자체가 무산될 위기"라며 "여야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특별법 제정이 무산될 경우 그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정범진 원자력학회 회장은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이 잘못됐다고 비판만 했을 뿐 원전 확대와 수출 성사를 위한 실질적 제반 사항 조치 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단은 법안이 없어도 신규원전 건설은 가능하다. 다만 포화가 임박한 한빛 원전은 폐쇄해야 한다. 아니면 기존 원자력안전법을 일부 수정해 신규 원전부지 내 저장소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여러 현안 중 특히 송전망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22대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정책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에도 끝없이 부담을 떠미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제11차 전기본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꼼꼼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선 전기본 발표 시 제기됐던 외부 기관의 다양한 지적들을 고려해야 하고, 실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데이터도 너무 많아 현재까지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재 국회 산자위에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3건(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각각 발의돼 심의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총 7번의 법안심의가 진행됐으나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법안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자원안보특별법, 전기사업법,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 등 에너지현안 문제를 풀기 위한 관련 법안들이 일제히 제정된 것과 상반된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번 법안이 결국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jj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