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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버들치의 인생 2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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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버들치의 인생 2막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퇴사 후, 월 400만원 가져오는 삶이 필요했다."

전직 증권맨이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버들치’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퇴사 후 인생 2막을 열고자 11가지 기능을 습득하고 재취업하는 과정을 썼는데 큰 반향을 일으켰다.

33년간 증권맨으로 일했으니 전업 투자자로 살아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저자는 아니라고 답한다.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자살한 동료를 여럿 보았고 투자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에 진즉 포기했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은 호황 사이클이 끝났고 남은 건 노동을 파는 일이다.

퇴직 후 단순한 삶으로 접어든 50대는 정신노동보다 육체노동이 더 적합하다. 이것저것 따지다간 아무 일도 못 한다. 혹시나 몸 쓰는 일을 한다고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바뀌지 않은 당신 모습을 우습게 볼 수는 있어도 바뀐 당신 모습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없다.

50대, 계륵 같은 나이다. 내 입맛에 맞는 일은 없고, 은퇴할 만한 상황이 아니면 더욱 그렇다. 마음을 바꿔 먹으면 꽃놀이패다. 일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이면서 또 은퇴 준비도 할 수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이고 싶은가?

??근육을 쓰는 일은 임금격차가 금융 서비스처럼 크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장인은 아니더라도 숙련공 소리를 듣는다. 승자독식의 투자 세계와 달리 골고루 가져가는 셈이다. 기능은 불평등을 완화시켜준다. 사실 근육을 쓰는 직업은 척박하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많지 않다. 머리를 쓰는 직업으로 반평생을 버틴 저자는 일터에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능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중년의 재취업자에게 일을 줄 곳은 많지 않았다. 기능은 배우는 게 아니라 훔치는 것이라 했다.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퇴직 후 기능으로 월 400만원 가져오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5년간 11개 기능을 섭렵하고 시설 관리자로 안착한 과정을 담았다. 50세 때 계약직 신분이 되자 국비지원 직업훈련원에 등록하면서 주경야독의 삶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배운 기능은 도배였는데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벌이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운전면허를 따고 학원버스 기사일을 시작했다.

야간에만 일하고 월 150만원을 가져왔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굴삭기와 지게차 자격증을 땄다. 지게차를 모는 것은 쉽지만 급여가 적고, 굴삭기는 경력 쌓기가 어려웠다. 젊은이에게 좀 더 기회가 가는 일이었다.

방향을 틀어 건물보수 전문가가 되고자 건축도장기능사와 거푸집기능사에 도전했다. 덕분에 조적, 미장, 타일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타일은 월 400만원은 가져오는 일이어서 인기가 있다. 하지만 건물보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바닥 미장이다. 잘 하면 월 1000만원도 거뜬히 버는데 뱃일만큼 힘들어서 중도 포기자가 많다. 그러다 자격증 위상이 높은 전기기능사에 도전했고 최근 수요가 많은 소방안전관리자와 소방설비기사 자격증도 따게 됐다.

물론 자격증이 있다고 곧바로 취업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기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려면 무보수로 일을 배우거나 임시직 기간제를 거쳐 정규직에 도전하길 추천한다. 저자는 어쩌다 보니 다양한 기능을 습득했고 각 기능별로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할 수 있게 됐다. 퇴사 후 몸을 쓰며 일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제목 : 버들치의 인생 2막 - 50대 증권맨이 그 많은 기능을 배운 이유는?
저자 : 버들치
발행처 : 진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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