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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창업회장 기업가 정신’ 여전히 살아 숨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6 13:50

삼성그룹 ‘이병철 철학’ 계승 총력

19일 36주기 추도식



현대차 ‘정주영 정신’ 100년기업 토대로

롯데 신격호 리더십도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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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정주영 현대차그룹 선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왼쪽부터).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등 고인들의 ‘기업가 정신’이 재계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각 기업들이 맨손으로 대기업을 일군 창업주들의 철학을 계승·발전시키고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면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오는 19일 이병철 창업회장의 36주기를 맞아 추도식을 진행한다. 삼성,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 총수 일가가 같은날 시간대를 달리해 별도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서울에서 별도의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20년 고인의 선영을 참배한 후 계열사 사장단과 만나 "기업은 늘 국민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며 사회에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이건희) 회장님의 뜻과 (이병철)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창업이념을 계승·발전시키자"고 언급했다.

삼성그룹은 최근까지 삼성화재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 추모 학술대회, 추모 음악회 등을 통해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유산을 짚어왔다. ‘역대급 반도체 적자’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기며 재도약을 다짐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위한 첫 삽을 뜨면서 ‘정주영 정신’을 재확인했다. 지난 13일 진행된 공장 기공식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된 고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라며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는 정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복원했다.

현대차 측은 이번 기공식에 ‘반세기 전 원대한 꿈을 이어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앞서 더 나은 삶과 이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의 첫 걸음을 울산에서 내딛었다. 그는 ‘자동차는 달리는 국기’라 표현할 정도로 이 산업이 국민 경제와 국가 공업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이름은 지난 14일 열린 대영제국훈장 수훈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으며 다시 나왔다. 앞서 1977년 고인이 정 회장과 동일한 훈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초 영국 엔지니어링 및 조선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영국 버클레이즈 은행에서 차관을 빌려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했다. 이후 현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500원권 지폐로 차관을 성사시키고, 조선소도 없이 울산 백사장 사진만으로 선박을 수주한 것은 정주영 선대회장의 과감한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유명한 일화다.

일본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2주년을 맞아 그의 기업가 정신을 연구한 자료가 최근 발표됐다. 지난 11일 ‘기업가 연구 포럼’ 주관으로 진행한 경영학 특별강좌에서는 ‘경계 없는 시장 개척자, 롯데 신격호’란 주제의 연구 발표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양국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했던 신격호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롯데그룹은 고인의 혁신적 사고를 계승해 미래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국에 투자하고 이를 제조, 유통, 화학 분야까지 넓힌 인물이다. 이 과정 속에서 고인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이를 뛰어넘기 위해 했던 행동 원칙을 되새겨 현재 맞이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게 롯데 측 생각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1년 11월 신격호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흉상을 설치하고 기념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창업주의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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