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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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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늘어나는 증권사 전산사고 민원만 2만2000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2 11:14

DB금융투자 1만4149건, 하이투자증권 5926건
IT 기반 핀테크 토스증권도 17건 MTS 오류
MTS·HTS 거래량 폭증에 서버 병목현상 발생
중소형사, 비용 부담에 서버 증설 쉽지 않아
전문가 "대형 이벤트 땐 일시적 서버 증설 가능"

전산사고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 오류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4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지난 여름 코스닥 A 종목의 저점매수 기회를 잡았으나 거래 오류로 인해 매수에 실패했다. 재접속하자 A 종목 주가는 이미 상승해 이씨는 이날 매수를 포기했다. 이씨는 "주변 지인들 중에도 증권사 MTS 접속 지연이나 보유 주식 수 오류를 겪은 이들이 많다"며 "증권사들의 시스템 관리 체계가 너무 미흡한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 오류가 끊이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반복되는 전산사고는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증권사 28곳에 올해 3분기까지 집계된 전산사고 관련 민원 건수는 총 2만2102건이다. 올해 전산사고 민원은 지난해(6182건)와 지난 2021년(654건)에 비해 급등해 최근 3년 내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DB금융투자가 1만4149건으로 올해 가장 많은 전산사고 민원이 접수됐다. 이어 하이투자증권(5926건), 이베스트투자증권(1250건), 상상인증권(640건), 대신증권(35건) 등의 순으로 높았다. IT 기반의 핀테크 증권사인 토스증권도 올해 17건의 MTS 오류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올해 국내 증권사 주요 전산사고
사고 발생일 내용
2023-01-12 카카오페이증권, 서비스 지연 접속 장애
2023-01-26 미래에셋증권, 중복 매도 등 전산 오류 발생
2023-03-02 DB금융투자, 바이오인프라 상장일  MTS 거래 지연
2023-06-01 하이투자증권, 진영 코스닥 상장 당일 거래 지연 오류
2023-06-30 토스증권, MTS 내 고객 계좌 내 보유 종목 수익률 표기 오류
2023-07-05 한국투자증권, 서버실 항온항습기 고장으로 1시간 넘게 MTS 접속 장애 발생
2023-07-03 카카오페이증권, 해외주식 거래 접속 장애로 40여분 지연
2023-09-14 상상인증권, 스팩4호 상장 당일 전산장애 발생
2023-11-06 키움증권, 거래대금 몰리며 MTS 내 자동일지 계좌연결 오류


DB금융투자는 지난 3월 바이오인프라의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을 맡았는데 해당 기업의 상장 당일 개장 직후인 오전 9시부터 약 30분간 DB금융투자의 HTS와 MTS에서 매도·매수 지연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민원 건수가 1만건대로 급등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지난 6월1일 코스닥 상장사 진영의 개장 직후 시스템 오류로 거래가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청약으로 받은 주식을 매도하려던 투자자들이 거래 지연으로 매도에 실패하면서 민원이 쏟아졌다.

최근 증권사 HTS와 MTS 내 전산 오류는 대부분 IPO 상장 시 발생했다. IPO 기업이 상장하면 주관사로 평상시보다 거래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가 과부하되는데 이때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서버 용량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가 대어급 IPO의 주관사가 된 경우 전산 오류가 더 잦다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전산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서버 증설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은 매년 전산운용비를 늘려 서버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서버 증설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트래픽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전산오류는 서버 확충이 해법"이라며 "지난 몇 년간 국내 증시 호황에 IPO가 활발했을 때 대형 IPO를 주관했던 대형사들은 2~3년 전 서버를 증설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서버를 한 번 증설하게 되면 계속 그 상태로 유지하게 되는데 중소형사의 경우 이 유지비용을 감당하기가 버거울 수 있다"며 "구축한 서버만큼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서버 증설 시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8일 금융IT 안전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이용자가 집중되면서 증권사 MTS와 HTS가 지연·중지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산자원 사용량 임계치를 4단계(정상·주의·경계·심각)로 구분하고 경계 및 심각 징후 발생 시 즉각 설비를 증설하도록 했다.

금감원 측은 "IPO 같은 대형 이벤트는 기획 단계부터 고객 수요를 예측하고 시스템 처리 능력을 검증하도록 해 기존에 발생했던 전산사고 등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권고 수준의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HTS·MTS 오류는 매년 발생하고 있고 매수·매도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수립 그 이상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산사고 중 빈도가 높은 부분이 갑자기 거래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이 서버 증설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용 부담이 클 경우는 일시적으로 서버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순간적으로 거래 주문이 늘어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대형 IPO나 금융 이벤트를 앞둔 시점에서 서버의 용량을 일시적으로라도 확대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과거에는 일시적 서버 증설이 불가능했지만 뉴테크놀로지가 발전함에 따라 이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부분"이라며 "다양한 서버 증설 방법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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