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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 논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은행권이 독과점 등에 정부로부터 질타를 받자 카드업계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 논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반대표와 은행권 전반의 회의적인 시각 등에 부딪혀 사업 논의가 구체화 되는 것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 尹 "은행 독과점 문제"…카드업계 종지업 도입 ‘기대감’
8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들어 은행의 독과점 체제 등에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내내 은행의 독과점이 질타를 받은 데다 이번에도 은행권에 대한 쓴소리가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에도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종지업 도입을 꼽았다. 지난 7월에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안’에 카드사의 종지업 허용을 검토하겠단 내용이 담기자 사업 진행 논의가 또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종지업은 지급결제 계좌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급여이체, 송금, 카드대금 결제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보험사나 카드사, 증권사 등에 지급결제 계좌를 개설하게 함으로써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카드대금 결제, 보험료 납입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위한 방편 중 하나로 제시됐다.
당국은 2금융권 중에서도 카드사의 종지업 진출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보험사는 납입 주기가 길고, 증권사는 금액 변동성이 커 대금거래와 포인트 혜택이라는 단순한 구조의 계좌로 이뤄진 카드사가 리스크가 적다는 판단이다.
카드사로선 종지업이 업계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카드사는 현재 가맹점에 대금을 지불하고 고객에게 대금을 받을 때 은행계좌를 빌려쓰는 과정에서 계좌이체 수수료를 내지만, 지급계좌 업무가 허용돼 자체계좌가 생기면 천억원대에 달하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된다. 계좌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 확보 통로도 열리게 되며 소비자 자금이 계좌를 거치면서 자금조달 경로를 확보한다는 장점도 생긴다. 현재 업계는 최근 조달금리의 5%대 육박과 연체율 상승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 모색에도 적극적인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비은행권의 종지업 진출에 번번이 반대표를 내고 있어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순탄치 못했다. 자기자본비율(BIS)등 은행법이 명시한 건전성 규제나 금융소비자보호법·예금자보호법 등의 법 적용을 받지 않아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과 은행권이 구축한 결제망에 들어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앞서 올해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핀테크 업권의 종지업 도입이 논의됐지만 이 역시 반대에 휩싸였다. 당시 한은은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또한 비은행권 금융사 감독·검사의 한계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 "자금안정성, 2금융권과 압도적 차이…부작용 고려해야"
은행들은 시스템과 규제 등을 마련한다고 해도 단순하게 2금융권이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2금융권 및 타 업권과 다르게 자본적 안정성을 지니고 있어 기관으로서 역할이 있기에 사업 시행을 하더라도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은행업권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간 경쟁 촉진이라는 큰 틀엔 공감하나 해당 사업을 하려면 은행과 같은 수준의 전산시스템이나 프로세스 구축을 해야 하며 그에 관한 규제도 만들어져야 하기에 여러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금 유동성이나 건전성"이라며 "지금까진 은행에서 고객의 자금이 언제나 안전하게 지급이 가능했으나 타 업권은 고객 자금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압도적인 자금 규모 차이 등에서 나오는 많은 부작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기득권을 놓치기 곤란한 문제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표면적으론 시스템이나 감시 등 제도를 문제삼지만, 2금융권이나 핀테크사가 어렵게나마 자본과 시스템 등을 마련한다고 해도 은행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밥그릇 문제기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산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반대 문제를 넘어서더라도, 이후 정치권과의 법 개정 협의 등 사업의 실제 시행까지 헤쳐나가야 하는 등 과정상 문제도 있다. 사업에 대한 좌초가 지속되자 카드업계에서도 당장은 시행되기 어렵겠다는 회의론적 시각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 독과점 이슈를 문제삼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지속적으로 좌초되자 큰 기대를 갖지 않는 분위기도 생겼다. 정치권과 소통도 하나의 높은 산이라서 추진이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