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
미국, 유럽,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RE100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400개 이상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이 가운데 100여개 정도가 소요전력의 90%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4∼5년 전에 제품 생산과 유통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독일의 BMW는 80% 이상, 미국 GM은 2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적극적으로 RE100에 동참하는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한해에만 56개의 기업이 RE100에 새로 가입한 가운데 아마존은 현재까지 25GW의 전력구입계약(PPA)을 발표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RE100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아직도 매우 낮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리한 환경인데도 재생에너지 구입에 추가비용 지불하려는 의지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일부 기업이 자체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자 하지만 이 또한 많은 부분을 외부에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현실이다. 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기 때문에 인프라의 관점에서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기업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에 비해 에너지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RE100 가입 기업은 지난해 기준 27개로 2020년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는 별개로 시행중인 한국형 RE100 즉, K-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14개이고 이 중 제조업종이 38%를 차지한다. 이들 참여기업 중 80%가 이행수단을 통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행물량도 약 5GWh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행량의 대부분이 한전으로부터 구입한 물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방식은 참여기업이 에너지 구입시 kWh당 10원 정도 추가요금을 부담하는 일종의 ‘녹색요금’ 방식으로, 실제 전력회사가 구입한 재생에너지비용의 일부만을 부담하는 형태다. 실질적인 RE100 이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들은 녹색요금제와 더불어 대체로 자체발전분을 제외하면 재생에너지발전사(IPP)와 직접 또는 가상 PPA로 조달하거나 IPP로부터 인증서만 별도 구입하는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우리 기업도 RE100 확대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자체조달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로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건설운영하지 않으면, 기껏해야 오피스나 공장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정도다.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현재의 여건은 그리 녹녹치 않다.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절대량은 많지 않고, 이마저 대부분 태양광이어서 앞으로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재생에너지발전단지을 개발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재생에너지 공급방식 또한 기업의 직접 조달을 어렵게 한다.
글로벌기업의 경우 100%를 충당한 기업도 자체공급 즉, 자가발전의 비중은 많아야 20%에 그친다. 결국 대부분을 외부에서 구입하여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일반적이 구입방법은 재생에너지 IPP로부터 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의 도매가격(SMP)과 재생에너지인증서(REC) 판매를 통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다. RE100으로 팔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RPS의 이행방식이나 가격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행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RPS 일변도의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으로는 높은 추가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재생에너지도 다양한 공급과 조달방식을 통해 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시행되면, 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 분산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통해 기업의 온실가스감축으로 연결된다면 신규투자도 활성화는 물론 기업의 참여를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공급비용도 낮춰 RE100이행비중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력회사도 망 사용료나 부대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도 낮은 에너지비용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에너지비용을 지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눈앞에 다가온 기술규제와 국가 온실가스감축에 산업체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