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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교보생명도...2금융권 '2차 상생금융' 바람 불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7 17:03

교보生, 자립준비청년 대상 금리연동형 저축보험 상품 출시 예정



손보사, 자동차 손해율 78%...보험료 인하에 '촉각'



카드사 "업황 어려워, 압박 크게 번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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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권을 강타하자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옮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달 초 상생금융방안을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교보생명은 자립준비청년 대상 5년 만기 금리연동형 저축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초 발표 후 일주일 이내에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교보생명이 출시를 예정하는 상품은 저축보험 상품이지만 확정금리형 상품이었던 한화생명과는 공시이율에 연동한다는 점에서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보생명은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한화생명은 신혼부부와 청년층으로 보다 넓은 범위로 대상을 설정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생금융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맞다"면서도 "대략적으로 상생안을 수립한 것은 맞지만 상품출시 절차를 진행 중이고 경영진 보고와 금융당국 승인절차 등이 남아있어 아직 확정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업권마다 상생금융을 강조했던 당시 보험업권에서 지난 8월과 10월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나서 상생금융방안을 내놓고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해 저축보험 상품과 취약계층 기반 구축 사업 등을 시행했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상생금융’ 바람이 다시금 불기 시작하자 빅3 생보사로 꼽히는 교보생명도 ‘상생’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은행권에 ‘이자 장사’ 등을 겨냥해 질타에 나서자 5대 금융지주는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등을 담은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거나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전 금융업권협회 회장단과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금융권이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당국도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서민금융 지원 규모 확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 원장의 주문으로 상생금융이 시작되자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바람이 옮겨붙는 양상을 보였기에 보험업권 등 제2금융권의 행보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특히 생보사 중 교보생명까지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자 삼성화재 외에는 상생금융방안을 내놓지 않았던 손해보험사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손보사들에게는 정부로부터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가입 상품인데다 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되는 부분에서 고물가·고금리로 시름하는 민생 안정 면에서 정부로선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부는 통상 한 해의 손해율이 확정되는 이듬해 연초에 거론되곤 했지만 올해에는 연내에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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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권 등 제2금융권의 상생금융방안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을 85% 석권하고 있는 손보사 ‘빅4’(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보)의 올해 9월까지 누적 손해율 평균은 78.3%로 업계가 보는 손익분기점인 82%대 미만을 가리키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이미 보험료를 내렸고 하반기에 손해율 악화 요인이 있다"면서도 "통상 겨울까지 나타나는 손해율을 보고 결정하지만 상생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어 손보사들로선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증가로 어려운 업황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상생안을 내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전업 카드사 8곳은 지난 상반기 모두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금융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질타를 받는 금융업권은 이자 장사에 대한 지적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카드업계로 크게 압박이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는 현재 여전채 금리 상승 영향에 -20%대 악화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저축은행도 손실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오는 16일 금융지주 회장단에 이어 은행, 보험, 카드 등 업권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상생금융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후 업권별 행보에 이목이 모인다. 업계에선 올해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DB손해보험은 오는 13일, 현대해상은 14일 실적을 발표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하반기 금융권이 상생금융에 뛰어들었던 당시 1금융에서 2금융으로 이동한 전례로 볼 때 보험사들이 상생금융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본다"며 "소비자들로부터 얻는 이익이 높은 업권인 점과 앞서 호실적에도 상생금융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어난 바 있어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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