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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왼쪽)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표적인 비윤석열(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과 회동하면서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인 당내 통합에 부쩍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과의 회동을 계기로 혁신위 ‘1호 안건’인 징계 해제에 거세게 반발 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만나 ‘비윤계 끌어안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정치권에서 주목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7일 이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원로 어른이라 만났다. (저는)귀가 굉장히 얇아서 많은 사람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40분 가량 차담을 나눴다. 이 전 대통령은 "중책을 맡았으니 중심을 잡고 잘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 위원장은 또 10월 31일 유 전 의원과도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유 전 의원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이 한마디로 ‘당과 국가가 걱정이 된다’고 했고, 다른 의견 가진 사람들하고 내통하는 것 전혀 없다"며 "우리는 굉장히 통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유 전의원에 대해 "정말 젠틀맨", "개인적으로 만나보니까 존경이 간다", "참 자세가 아름답다", "순수한 사람" 등의 칭찬을 했다.
인 위원장이 긍정적인 만남이었다고 평가한 만큼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워온 유 전 의원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유 전 의원을 끌어안게 되면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설을 잠재우는 효과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인 위원장은 또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에 대해서도 바짝 몸을 낮췄다.
이 전 대표를 향해서는 "만나서 듣고 싶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제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언받고 싶다. 저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
홍 시장이 혁신위의 ‘대사면’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한 것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전체를 다 용서한다 해서 사면이라는 말을 썼지만, 우리 홍 대표가 말씀하신 게 맞다"고 수용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이러한 광폭 통합 행보가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 위원장에 이어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여전히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교통사고가 났는데 과실이 0 대 100이면 그에 합당하게 이야기해야지, ‘100만 원 줄 테니까 받으세요’ 이러는 순간 싸우자는 것"이라며 "왜 남한테 강요하는가. 이게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반성 없는 사면은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을 징계 해제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최고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당사자 의사와 별개로 징계 해제를 하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 통합 취지로 징계를 해제하면 반발이 더 세지면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을 징계 해제 명단에서 제외할 경우 혁신위 1호 안건을 사실상 거부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당을 쇄신하겠다고 출범시킨 혁신위의 활동에 지도부가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