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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홍준표, 김기현·주호영, 그리고 尹…인요한의 ‘3전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30 20:16
취재진에 둘러싸인 인요한 혁신위원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요구되는 주요 과제가 특정 인물 군을 중심으로 한층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통합론,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 등이 거론되는 영남 희생론,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까지 다뤄야한다는 당정 정상화론 등이 그것이다.

먼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과제는 인 위원장이 첫발부터 강조했던 ‘통합’이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30일 국립현충원 인근 카페에서 회의를 열어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등의 징계를 해제하는 ‘일괄 대사면’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징계 해제 여부는 다음 달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앞서 혁신위는 당 화합 차원에서의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논의한 바 있다. 현재 당원권 정지 등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 등 4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영남 희생론’의 경우 ‘통합론’과 달리 조심스럽게 수위를 조절하며 접근하는 모양새다.

인 위원장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영남, 경상남·북도의 경쟁력 있는 훌륭한 의원들이 서울에 와서 도왔으면 좋겠다"며 영남 중진들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영남 스타’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등이 꼽힌다.

다만 오 혁신위원은 이와 관련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인 위원장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 ‘수평적 당정론’은 혁신위가 권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는 있지만 당 안팎에서 과제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용남 전 경기 수원병 위원장은 이날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 위원장한테 듣는다’ 간담회에서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왜곡된 관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담회를 주선한 하태경 의원도 "가장 아픈 부분"이라며 "혁신위원회에서도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이와 관련 "대통령은 나라를 이끄는 분인데 거기에 내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당 대표도 당을 이끄는 분이니 거기에 내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오 혁신위원 역시 "우리는 당내 혁신 기구다. 대통령이 뭘 바꿔라, 정부가 뭘 바꿔라, 이렇게 하는 것은 그 구조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이 가운데 정작 혁신위에 대한 반발은 혁신위가 무게를 두는 사안일수록 더 크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대사면’ 대상이 된 이 전 대표와 홍 시장부터 징계 해제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되레 당사자들이 받지 않겠다는 사면을 받으라고 요청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발 사면 받아줘’는 이제 그만 하라"며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일침했다.

홍 시장도 대구 의원들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단순히 징계를 취소해 버리면 될 걸 대사면 운운하고 있다"며 "관심도 없고 거기에 연연하지도 않는다"고 반응하는 등 당 지도부와 신경전을 이어갔다.

영남 희생론의 경우 일단 지도부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의총 후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해 온 바가 없다"며 "제안을 정식으로 해오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윤 원내대표 역시 "혁신위의 공식적인 논의를 거쳐 의결된 안건에 대해서는 내가 개인 의견을 표명할 수 있지만, 그런 단계가 아니다. 혁신위에서 당의 혁신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밖에 영남이 지역구인 당사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구 달서병 초선 김용판 의원은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했던 인 위원장 발언에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깊은 영혼의 상처를 줬다"며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갑 재선 류성걸 의원도 "대구의 민심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정 정상화론’과 관련해서는 보수 신당이나 친윤계 지도부 재편 등 보수 진영 권력 구조 자체를 뒤바꿀 가능성까지 큰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혁신위 기조에 "어줍잖게 뭐 자꾸 기교부리지 말고 스테이크를 바꿔라"라며 대통령 국정을 겨눌 것을 촉구했다.

그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안 변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신당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면서 "앞으로 윤 대통령이 더 잘하면 신당에 대한 여론이 꺾일 것이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 역시 "내년에 출마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징계 받은 게 앞으로 정치 행보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홍 시장은 이에 앞서서도 지난 27일 "총선까지 배제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총선 후 바뀐 정치지형과 새롭게 정치 시작하면 된다"며 현 친윤계 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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