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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약 만들겠다"는 與 인요한, 인선·발언은 아직 ‘밍밍’…딛을 수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6 19:50
취재진에 둘러싸인 인요한 혁신위원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6일 위원 구성을 마치고 27일부터 두 달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가운데, 성패 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 위원장이 이날 공개한 혁신위원 12명부터 최근 발언까지를 놓고 보면, 당장은 혁신위가 비윤(비윤석열)계와 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다.

혁신위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출범하는 만큼, 결국 성패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윤계를 품어낼 수 있을 지와 ‘공천 개혁’ 성과까지 끌어낼지에 달렸다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우선 혁신위원단 인선을 보면 여성·청년·수도권이 구성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이다.

정선화 전북 전주병 당협위원장, 이소희 세종시의회 의원, 이젬마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송희 대구 전 MBC 앵커 등 여성 7명이 12명 혁신위 가운데 포진했다.

세대별로는 국민의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20∼40대 위원들이 8명 포함됐다. 연령대별로 20대 1명, 30대 3명, 40대 4명, 50대 3명, 60대 1명이다.

최연소는 2000년생(23세)으로 현재 대학생인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이다.

지역별로는 국민의힘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수도권’ 인사들이 비중 있게 포함됐다.

서울 서초을에서 재선을 지냈고 작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박성중 의원이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혁신위원에 선정됐다. 또 서울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진 전 의원,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인 오신환 전 의원도 포함됐다.

이렇게 ‘확장’에 방점을 둔 인 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원래 병원에서 내가 의사여서 약을 조제한다"며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 여러분이 아주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길을 찾아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확실히 약속한 것은 아마 일주일이 지나면 우리 당에서도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며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최고위원회 아래 위치인 자문기구 혁신위가 과연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뒤집을 만큼의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지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당장 인 위원장은 가장 민감한 공천 문제에 대해 "집은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내 책임은 국민의힘이 바른 기초를 다지고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고 공천 이런 것까지 내가 앞서나가진 않는다"며 거리를 뒀다.

또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에도 "농담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낙동강을 비하한 건 아니다"라고 거듭 물러섰다.

해당 발언이 ‘영남 중진 물갈이론’으로 해석되면서 당 안팎 파문을 불러오자, 전날에 이어 다시한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혁신위 인선에 있어서도 ‘개혁성’ 측면에서 후퇴한 모습이 엿보였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의결에 앞서 열린 사전 회의에서는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박성중 의원에 대해 일부 최고위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이 수도권이긴 하나, 사실상 ‘텃밭’인 서울 서초을에서 재선한 것이 영향을 줬다. 다만 김기현 대표가 "인 위원장 결정을 존중하고 믿고 맡기자"는 취지로 설득하면서 당초 원안대로 의결됐다고 한다.

결국 일각의 우려대로 지도부에서 벌써부터 결정권을 휘두르는 모습을 노출한 것이다.

또 결과적으로 신당론 한 가운데 있는 비윤계 인사들도 인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당초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쓴소리’를 해온 윤희숙 전 의원에 혁신위 합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추이를 보면 결국 혁신위 성패가 갈릴 의제는 ‘텃밭 물갈이’와 ‘비윤계 포용’이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3선 이상 영남권 의원들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유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인 위원장이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에 공천을 내밀 수단을 확보하게 될 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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