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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예보)가 한화생명에 대한 공적자금회수를 두고 5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인 가운데 최근 보험사들의 주가 상승 등 각종 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회수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예금보험공사(예보)가 한화생명에 대한 공적자금회수를 두고 5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인 가운데 최근 보험사들의 주가 상승과 지급여력지표인 킥스(K-ICS) 비율 개선, 배당성향 기대감 등 각종 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회수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예보는 한화생명에 들어간 공적자금 1조원 가량에 대한 회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9년 한화생명 전신인 대한생명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자 예보는 공적자금 3조550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인수했고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 회수를 지속해 왔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화생명에 대한 잔여 지분은 10%로, 되찾아야 하는 돈은 약 1조400억원 규모다.
예보는 지난 2017년 블록딜로 지분을 처분한 이후부터 한화생명에 대한 자금 회수 작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보유지분을 매각해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하려면 주가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주가가 줄곧 하락곡선을 그리자 지분 매각 시기도 늦춰졌다.
그러나 최근 한화생명 주가가 오르고 있어 자금 회수 시계추가 빨라질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한화생명은 올해 3년 만에 배당금 지급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가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12일 기준 한화생명 주가는 전일보다 0.70% 내린 2830원에 마쳤고 지난 4일에는 2925원을 가리키기도 했다. 한때 동전주 전락 위기를 겪었고 지난 8월 말 2200원대를 가리켰던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증권가도 한화생명 주가 전망에 긍정적이다. 안영준 연구원은 "올해 IFRS17 도입으로 인해 실적 개선 및 자본 증가로 배당 여력이 확보됐고 설계사 확보를 통한 신계약 판매 증가 등으로 이익 체력도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주가는 배당 지급이 확정되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보가 보유한 8700만주 가량에 대해 손해 없이 회수하기 위해선 주당 가격이 1만1500원은 돼야한다. 지난 2017년 블록딜 방식의 매각 당시 주가가 7300원 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해도 주가가 이보다 두배 이상 수준으로 더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 이후 기업 가치 상승과 배당여력 확대에 기대감이 실리는 점은 또 다른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한화생명이 지난 9월부터 금융당국의 제재로 인해 한풀 꺾였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최근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은 킥스 비율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이달 2일 기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하루 실적이 지난달 실적의 4분의 1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자사 단기납 종신상품 만기 환급률과 설계사 성과급을 끌어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단기납 종신 상품의 환급률을 이달 들어 99%대로 올렸다.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보험 설계사에게는 최대 300%의 성과급 지급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 상품 판매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지난 9월부터 5·7년납 상품의 환급률을 100% 이하로 내리도록 제재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까지 생보업계 신규 계약의 최대 70%까지 차지했던 단기납 종신 판매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단기납 종신 환급률이 다시 높아지면서 판매량 향상을 기록하고 있다.
보장성 상품인 단기납 종신 상품 판매는 올해 적용된 IFRS17상 실적 산정에 유리하다. 신규 발생한 보험계약마진(CSM)이 반영된 조정준비금이 증가하면 킥스 비율이 개선됨에 따라 배당 여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실린다. 킥스 비율은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배당성향 확대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은 180.4%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본 대비 해약환급금준비금 비중이 작고 킥스 비율이 높은 보험사들의 경우 실적 변동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배당에 있어서도 가시성이 가장 높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잔여 지분매각 시기에 대해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아직까지 예보는 구체적인 자금 회수 방안이 없는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발행한 공적자금관리백서에 따르면 예보는 올해 한화생명 공적자금 회수 방안에 대해 "주가 및 금리추이, 투자 수요, 생보업 전망 및 IFRS17?K-ICS 등 신제도 도입이 미치는 영향 등 시장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매각여건 성숙 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잔여지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지분 매각에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예보가 향후 한화생명의 주가나 몸값 변동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FRS17 하에서 실적을 상당 수준 지켜낸다면 연말 배당 성향이 대폭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자금 회수 측면에선 긍정적인 요소다"고 설명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