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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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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LFP 전기차가 대세…중국 배터리 수입 110% 급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8 11:33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전기차 배터리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장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액은 44억7000만달러(약 6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6% 증가했다. 이는 작년 한 해 전체 수입액 34억9000만달러를 이미 넘긴 수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올해 전 세계에서 수입한 전기차용 배터리는 46억3000만달러 규모였는데 이 중 중국산이 9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중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액은 6600만달러로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한 품목에서만 6조원 가까운 대중 무역적자를 본 것이다. 리튬, 전구체 등 이차전지 중간재에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도 새로운 대중 무역적자 요인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중국산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통계상으로 수입에 잡힌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중 대부분이 사실상 한국 업체 간 ‘내부 거래’에 해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중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우리 배터리 업체가 현지 공장에서 만든 삼원계 배터리를 현대차 등 국내 고객사에 공급할 때도 수입품으로 통계에 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려고 중국 업체가 만든 LPF 배터리 채택을 본격화함에 따라 중국산 이차전지 수입액 증가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에, 기아차가 니로 EV·레이에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공급한 LFP 배터리를 장착해 판매하는 등 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서 보급형 차량을 중심으로 LFP 라인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KG모빌리티도 주력 모델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인 토레스 EVX에 중국 업체 비야디의 LFP 배터리를 넣어 보조금 수령 시 소비자가 3000만원대에 차량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캐스퍼도 내년 LFP 배터리를 단 전기차 모델이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되는 완성차에 실린 배터리까지 더하면 중국 업체가 만든 LFP 배터리 사용은 사실 더 많다.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Y는 9월 국내에서 4206대가 판매됐다. 이는 8월(431대)에 비해 10배가량으로 폭증한 수치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생산한 LG에너지솔루션의 삼원계 배터리를 단 모델Y 대신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LFP 배터리 장착 모델Y를 팔면서 가격을 2000만원가량 낮추자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 8월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수입된 전기차는 2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5.6% 증가했다. 여기에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파는 전기차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LFP는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거워 그간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여기에 CATL 등 중국 기업들이 LFP 배터리 성능을 크게 개선하면서 비중국 시장에서도 LFP 채택이 빠르게 늘어가는 추세다.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은 지난 8월 15분이면 완충해 최대 700㎞를 주행할 수 있는 새 LFP 배터리 ‘선싱’을 발표하면서 LFP의 기술적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사들은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삼원계 기술에 주력해왔다. 한국 배터리사들도 이런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LFP 개벌에 뛰어든 상태지만 2026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까지는 중국산 LFP 배터리 수입 확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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