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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임기 만료 시기가 이르면 두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왼쪽부터 차례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카드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임기 만료 시기가 이르면 두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가 실적 악화와 내부통제 이슈 등 각종 변수 앞에 놓여있어 각 사 수장의 연임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카드사 대표는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최원석 BC카드 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등이다. 이 사장과 최 사장은 올해 12월로 임기를 마치며 조 사장은 내년 3월까지 대표직을 맡는다.
현재 카드사 CEO들은 연임 여부 예상에 가장 큰 이정표가 되는 실적면에서 수익성을 방어하지 못하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 등으로 지난 상반기 실적이 고꾸라졌다. KB국민카드는 전년보다 21.5% 줄어든 19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카드 순이익은 전년보다 72.2% 늘어난 3060억원을 나타냈지만 이는 4월 자회사(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된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상반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39.1% 줄었다. BC카드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71.6% 급감한 306억원이었다. 특히 지난 1분기 카드사 전반 수익이 감소한 가운데 적자 전환한 카드사는 BC카드가 유일했다.
인물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월 취임해 1년 9개월간 KB국민카드를 이끌고 있는 이창권 사장은 카드사 CEO가 통상 임기 2년을 채운 뒤 1년을 추가로 연임하는 선례를 감안할 때 높은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9년 만에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양종희 부회장이 내정되며 계열사 사장 교체 바람이 예측되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그룹 내 KB라이프와 KB데이타시스템을 제외하고 연말까지 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9개 계열사 대표들 중 일부는 변동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원석 사장 역시 모기업 수장이 교체되며 비슷한 부분에서 위기감이 실린다. BC카드 모기업인 KT는 반년간 이어진 리더십 공백을 깨고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계열사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등 구조조정은 없다고 앞서 밝혔으나 실적 악화라는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대표는 과거 LG그룹 재직 당시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지내며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던 조좌진 사장은 올해 금융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문제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올해 100억원대 배임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협력업체와의 부정 계약을 통해 100억원 가량을 빼돌렸다. 이번 사건은 부실한 계약체결과 대금 지급 과정 중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따르는 만큼 조 대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회사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으로 최대주주가 대표를 바꾸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편으론 각 사장들이 쌓아온 성과가 있어 무난한 연임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우선 이 사장은 해외법인을 네 곳으로 늘린 뒤 인도네시아·태국·캄보디아에서 연간 60억원대 순이익을 거두는 등 해외진출에서 성과를 냈다. 카드 앱 ‘KB Pay(페이)’를 통해 회사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KB페이는 지난해 10월 플랫폼 구축 후 지난 6월 말 1000만 가입자 돌파에 성공했다. 2021년 말 대비 400만명 늘어난 수치다. 올해 1월 선보인 ‘KB국민 위시(WE:SH) 카드’는 신용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고릴라TOP100 차트에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연속 28주 1위를 지키고 있다.
최 사장은 BC카드의 글로벌 판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력 사업인 국가 간 결제네트워크(Network-to-Network, N2N) 기술을 바탕으로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몽골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또한 일본·중국에 QR결제 보급을 열면서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 사장은 지자체·은행권과의 제휴 등에도 최근 공을 들이는 추세다.
롯데카드를 이끄는 조 사장은 전략상품인 로카(LOCA) 시리즈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로카 시리즈는 지난 2020년 8월 출시 후 2년 만에 발급매수 200만장을 돌파했고 지난 4월 300만장을 넘어섰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회사별로 각종 변수와 성적이 엇갈리는 가운데 마지막 평가 시기로 남은 4분기가 연임을 좌우하는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세 대표 모두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업황 악화 속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대표 연임에는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남은 시간 수익성 방어를 해내는 것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올해는 지주나 모회사 수장 변화로 인해 조직 내 쇄신 분위기 등도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