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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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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7% 넘었다는데...5대 은행 가계대출 1조6000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24 10:56

銀대출금리 상단 9개월만 최고, 정기예금도 4%대 회복



은행권 "당분간 금리 오를 일만 남았다...당국 규제가 변수"

대출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 지난해 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미국 통화 긴축 기조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 지난해 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 5대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 20여일 만 0.2%p 이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00∼6.469% 수준이다. 8월 말(연 3.830∼6.250%)과 비교해 이달 들어 상단이 0.219%포인트(p), 하단이 0.070%p 높아졌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560∼6.560%)도 20여일 만에 상·하단이 0.140%p씩 올랐다.

같은 기간 두 금리가 주로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 1년물 금리가 각 0.170%p(4.301→4.471%), 0.140%p(3.901→4.048%)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채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올랐다. 이들 은행의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270∼7.099%로, 지난달 말보다 상단은 0.130%p 올랐지만, 하단은 오히려 0.030%p 떨어졌다.

하단의 하락은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0.030%p(3.690→3.660%) 낮아졌기 때문이고, 상단의 상승은 변동금리에도 코픽스가 아닌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일부 은행의 조정에 따른 것이다.

결국 최근 시장금리가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모두를 밀어 올리면서, 최고 수준이 7%대를 넘어선 셈이다. 최고 금리가 7%를 넘은 A 은행의 시계열을 보면, 현재 금리(7.099%)는 지난해 12월(7.603%)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 기준금리 밑돌던 정기예금 금리도 4%대 진입


지난 4월 기준금리(3.50%)조차 밑돌았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속속 4%대로 반등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현재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최고 우대금리가 4.00%를 넘는 것은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4.20%), 전북은행 ‘JB 123정기예금’(4.20%), 제주은행 ‘J정기예금’(4.10%) 등 모두 10개에 이른다.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3.9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3.95%),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3.92%),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3.9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3.90%)을 비롯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도 4%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전반적 금리 오름세가 여러 요인 때문에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금융 당국의 규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

지난 21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에 따른 수신 경쟁 가능성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높일 뿐 아니라 은행채 발행도 늘려 은행채 금리까지 오르면 전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 금리의 경우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주문하면서 현재 각 은행이 내부적으로 가산금리 확대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 고금리 길어진다는데 가계대출 급증


긴축 장기화, 금리 상승세가 더 우려스러운 요인은 최근 국내 가계대출이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1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1조6419억원 늘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일 뿐 아니라, 20여일 만에 이미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을 넘어섰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1조8759억원(514조9997억원→516조8756억원) 불었다. 이달 들어 은행별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연령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을 통한 한도 축소 등이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5대 시중은행의 흐름으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9월까지 6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9000억원, 6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증가 폭(6조9000억원)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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