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HMM의 인수 후보들이 제안한 가격이 현재 주가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영구채 전환에 따른 희석화까지 고려한다면 HMM의 주가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후보들이 제안한 가격은 향후 희석이 예상되는 HMM 주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주주들 입장에선 이번 인수가 잘 마무리 된다 하더라도 투자수익률의 관점에서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HMM의 매각주간사 삼성증권은 LX, 하림-JKL컨소시엄, 동원그룹 등 적격인수후보자에게 가상비디오룸(VDR)을 오픈했다. 이로써 상세 실사 단계로 본격 돌입했다. HMM의 잠재적인 리스크를 점검하고 추가적인 업사이드를 파악하는 등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 주요 밸류에이션 지표, PBR 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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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배수가 M&A 때 자주 활용되는 업종은 금융업이다. 2010년 대 중반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할 때나 2020년 초반 프루덴셜생명(현 KB라이프)을 인수할 때 모두 PBR 배수를 활용했다. 기본적으로 금융업이 예금을 바탕으로 신용창조 후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PBR 배수는 대략 0.5~0.6배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내 해운사들의 평균 PBR보다 높은 것이다.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해운사들의 평균 PBR은 0.4배 수준이다. 글로벌 선사들의 PBR을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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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일PwC |
◇ 문제는 영구채…희석화 최대 반영 시 현재 주가 1만 6천원→8천원
이번 HMM M&A에서 매각 대상 주식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주식 1억 9879만주와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 2조 6800억원 중 1조원을 전환한 주식 2억주를 합한 총 3억 9879만주다. 구주가 절반, 신주가 절반인 셈이다. 그런데 신주는 현재 영구채로 자본 계정으로 분류된 상태라 대금을 납입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순자산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 PBR 배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신주를 고려한 주당 가격은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지만 9천원~1만원 사이로 귀결된다. 여기에 경영권프리미엄을 고려하면 한 주당 1만 1500원~ 1만 3000원이 된다. 현재 주가와 비교한다면 70%~80% 수준에 그친다.
현행 주가와 입찰 가격의 차이는 영구채로 인한 희석화를 현재 시장이 100% 반영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1주 당 5천원인 영구채가 전환된다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자본 총액은 그대로인데 주식 수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8천원 선까지 빠질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HMM 주가는 희석화를 다 반영하지 못한 가격으로 보인다"면서 "회사의 펀더멘탈은 그대로고 주식 수만 증가한다면 산술적으로 주당 단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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