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요 발전제약 적용 권역. 자료=전력거래소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신한울 2호기 원자력발전소가 최근 운영허가를 받아 이르면 이달 말 전력시장 진입을 앞두면서 동해안 송전망 부족현상의 심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됐다.
해당 지역의 송전망 부족과 이로 인한 발전소들의 발전제약 문제는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당국은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꾸준히 언급해왔지만 정작 송·배전망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는 적자와 민원 등의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동해안 송전망을 공유하는 발전기 중 신한울 1호기, 삼척블루파워를 제외한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들의 발전제약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다.
◇ "석탄화력발전소, 원전에 급전순위 밀려 가동률 현 60%서 내년 30%로 떨어질 듯"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동해안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원전에 급전 순위가 밀려 60% 정도만 가동하고 있다. 신한울 2호기까지 본격적으로 전력공급을 시작하면 내년에는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대 중 1대는 아예 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1년 순환정전 당시 수도권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동해안 권역에서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다수의 기저발전사업을 허가했다. 그 결과 기존 한울 원전 1∼6호기, 삼척그린파워, GS동해전력,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신한울 원전 1·2호기 등 다수의 대규모 발전소들이 들어서 속속 가동되고 있다.
<2023년 동해안지역 발전소별 설비용량> | |
발전기 | 용량(MW) |
한울 1호기 | 950 |
한울 2호기 | 950 |
한울 3호기 | 1000 |
한울 4호기 | 1000 |
한울 5호기 | 1000 |
한울 6호기 | 1000 |
삼척그린파워 1호기 | 1022 |
삼척그린파워 2호기 | 1022 |
북평화력 1호기 | 595 |
북평화력 2호기 | 595 |
양양양수 1호기 | 250 |
양양양수 2호기 | 250 |
양양양수 3호기 | 250 |
양양양수 4호기 | 250 |
강릉안인화력 1호기 | 1040 |
강릉안인화력 2호기 | 1040 |
신한울 1호기 | 1400 |
신한울 2호기 | 1400 |
◇ 송전망 확충 속도 미진…급전 순위 밀리는 동해안 석탄발전 피해 더 커질 듯
문제는 발전소의 신규 건설과 증설 등으로 늘어나는 전력 생산량에 맞춰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현재까지 동해안에 위치한 0.5GW 규모 이상의 가동 가능한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14.06GW로 집계됐다.
반면 생산한 전력을 수요지인 서울로 보내는 주요 선로의 정격 송전용량(부하율 50% 가정)은 11GW로 조사됐다.
송전선의 수용 가능 용량을 초과하는 전력이 공급되고 있어 상시적으로 발전 제약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발전제약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력거래소가 출력제어가 심각한 제주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의 입찰시장 운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육지에는 언제 적용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
정부의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이하 10차 계획·계획기간 2022∼2036년)의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최근 10차 계획에 민간의 송전망 확충사업 참여를 핵심으로 반영한 것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전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발전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 계획을 믿고 들어온 발전소들도 투자비는 물론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발전제약에 대한 피해 보상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라며 "송전망도 민간 발전소 허가 당시처럼 급하니 당장 민간을 끌어들이려 하는데 추후 정부가 지금처럼 보상을 안해 줄 가능성이 크다면 누가 나서서 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송변전설비를 적기에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하고, 설비 준공 지연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0년 9차 계획에서는 돌연 입장을 변경, 동해안 신규송전선로 준공시기를 당초 2021년 12월 내지 2022년 12월에서 2025년 6월 내지 2026년 6월로 연기했다.
산업부 측은 지금도 "관련 규제, 절차 획기적 개선, 지자체 간 협력 모델 마련, 한전 투자 역량 확충 등 획기적 대책 마련할 것"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송전망 확충은 정부가 신규 발전소 건설 방침을 세우는 단계에서 이미 계획을 마련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년째 허송세월한 대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이제는 주민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송전망 사업자인 한전이 비상한 각오로 송전망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전면 재검토하고 동해-수도권 전력망 확충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설비가 늘어나면 당연히 송전설비도 늘어나야 한다"며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합리적인 보상 없이 송전설비 건설을 환영할 이유가 없고, 한전 차원에서도 강행할 도리가 없다. 결국 정부에서 나서 해결해야 하는데 여야 모두 이같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
10차 계획 수립에 참여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와 신규 원전, 데이터센터 등의 확대에 따른 수도권 송전 부담 완화를 위해 전력계통영향 평가를 통한 수요처 분산 등 모든 대책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