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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민노총·전공노 심판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5 19:16
문성호 원공노 사무국장

▲문성호 원주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국장[사진=원공노]

나는 아직도 2021년 7월 16일(금) 오후 3시 30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깨곤 한다. 당시 나는 원주시청 전 부서를 3일 동안 방문하며 격무에 지친 조합원 격려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행사 결과 보고 자료를 작성 중이었다. 노조 조끼를 입은 십 수명의 민노총·전공노 사람들이 느닷없이 조합사무실 문을 열고 난입을 했고, 그중 전공노 원주시지부 전 지부장이 무언가를 꺼내 들고 읽으면서 원주시 공무원노조 주인은 이제부터 자기들이다. 거부 시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며 나가라고 엄포를 놓았다. ‘항복하고 나갈까? 아니면 우리 조합원들과 조합원이 낸 피 같은 조합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터야 할까?’ 라는 선택의 순간이 엄습해 왔다. 나는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당신들이 먼데 우리 노조의 소유권을 주장하느냐? 법대로 하자"라고 말하며 끝까지 조합사무실에서 나가지 않고 버텼다. 이것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원공노)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지난 2021년 7월과 8월 두 달여간 우리 조합사무실에는 나 외에는 우리 조합원들이 올 수 없었다. 매일 아침 전공노 강원지역본부 및 지역 지부 사람들이 조를 짜서 우리 노조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나야 강철멘탈을 가지고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고 넘어갔지만, 대다수의 조합원은 저들을 두려워하고 불편해했다. 노조가 두려움의 존재가 되어버린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운 그해 여름이었다.

두 달여간에 전공노와의 대치 상황으로 인해 우리 조합원에게 준 상실감과 실망감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가 보유한 조합비를 조합원들에게 돌려드리고 아름다운 이별을 하자고 전공노에 제안을 했으나, 거부의 답신이 돌아왔다. 저들은 우리에게 나가려면 몸만 나가라고, 노동조합의 유·무형의 자산은 우리 조합원의 것이 아닌 자기들 소유라는 기적의 논리로 억지 주장을 부렸다.

전공노와의 대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리 노조의 운명을 조합원의 선택을 통해 결정하기 위해 나는 전공노 눈을 피해 우리 노조 간부들과 전공노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다.

당시 전공노 원주시지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였고, 지부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연합단체 탈퇴 및 조직 형태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위해 노조법에 근거하여 조합원 1/3 이상이 서명한 소집권자 지명요구서가 필요했다. 우리 조합원들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 노조를 지키기 위해서 소집권자 지명요구를 통한 임시총회 개최의 필요성을 알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불과 삼일 만에 조합원 760여명 중 420여명의 소집권자 지명요구서가 모였다. 민노총·전공노 탈퇴를 위한 하나 된 조합원의 힘!!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노동조합은 기승전 조합원이 최우선이 돼야 하는 조직이다’ 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이를 부정하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민노총이 유일하다. 조합원의 선택으로 원공노는 2021년 8월 24일 민노총·전공노 탈출 성공 이후, 지금까지 거대기득권노조의 각종 소송·고발 등 괴롭힘에 의연히 맞서왔다. 드디어, 지난 1일 전공노가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 확인’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원공노의 손을 들어주었다. 가처분 1, 2심 포함 총 4전 전승했다.

원공노 항소심 승소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정의는 살아있고, 노사 법치주의에는 예외는 없다. 또한, 노동조합의 주인은 이권 카르텔이 아닌 조합원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정의로운 판결이었다. 전공노는 이미 항소심 패배를 예상하였고, 대법원 상고까지도 이미 결정한 모양새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에 의뢰하더라도 판결을 뒤집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전공노는 오직 탈퇴 노조를 괴롭히기 위해 그리고 탈퇴를 원하는 현장 지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의 수단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송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공노에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소수 오래된 간부들 즉, 이권 카르텔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법제도를 악용한 소송 남발 및 과도한 소송비 사용에 대해서 전공노 조합원들의 동의는 구하고 진행을 하는지? 또한, 민노총 산하 전공노의 정치 투쟁에 대한 현장 조합원의 반발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인데, 민노총 잔류 조합원 찬반 투표를 할 의향은 있는지? 정치 투쟁을 지향하는 전공노 노조 운영 방식에 조합원은 동의를 하는지? 전공노는 조합비 납부 의무만 강조하지 말고, 규약에 명시된 조합원이 조합에 건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바란다.

나는 2년 넘게 민노총·전공노와의 민·형사 공방전을 펼치며 경찰서와 법원을 내 집 드나들듯이 다녔다. 이제는 거의 반 노무사·변호사가 된 거 같다. 이점에 대해서는 저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5월 안동시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안공노)에서 민노총·전공노의 정치 투쟁에 염증을 느끼며 탈퇴 의사가 있는데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우리와 같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심을 담아 컨설팅해 주었고, 지난 8월 29일 조합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민노총·전공노를 안공노는 여유롭게 탈출에 성공하였다. 정말 기쁘고 보람찬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태생부터 다른 민노총과 공무원노조가 같이 갈 이유도 없다. 앞으로도, 거대기득권노조 탈퇴를 원하는 노조에서 연락이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릴 것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우리의 용기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대한민국 노동계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원동력이고, 그 길에 원공노가 있으며 나는 그 최선봉에 설 것이다.

지난 1월 거대기득권노조 괴롭힘 방지법 입법 촉구 국회 기자회견을 잡아주신 국민의힘 환노위 지성호 의원님, 원공노와 같이 공동 기자회견을 해주신 하태경 의원님, 거대기득권노조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주신 박정하 의원님 그리고, 지난 3월 노조법 개정을 위한 민·관·정 협의회에 참석한 원공노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주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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