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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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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 ‘디플레·디폴트’ 공포...위안화 약세까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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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거리(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중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와중에 주요 경기지표마저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라는 새로운 복병에 시장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가치의 추락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블랙스완 이벤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 위안화 가치 16년만 최저…'블랙스완'될 수도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약 10억 달러를 운용하는 헷지펀드 EDL 캐피털은 이달 초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발표를 통해 역외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방향에 베팅을 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차기 블랙스완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2위안까지 오르면서 약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환율 방어선으로 여기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는 이미 지난 5월 넘어선 지 오래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고시환율을 달러당 7.2006위안으로 발표하는 등 환율 방어에 나섰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7.3047위안보다 0.1041위안 낮으며 이러한 격차 또한 2008년 이후 최대 폭이다.

이처럼 중국 위안화 가치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DL캐피털 측은 위안화 약세 요인으로 미중간 공급망 분리에 따른 대중국 외국인 투자 감소 및 지정학적 긴장, 인도·베트남 대비 노동시장 경쟁력 약화 등을 꼽았다. 또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고, 중국의 실제 외환보유고도 공식 통계보다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경제 먹구름…'중국판 리먼사태' 오나

실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동반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소매판매·산업생산 등 7월 경제지표는 예상치를 모두 밑도는 등 줄줄이 부진하게 나왔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1월 17.3%에서 6월 21.3%로 상승일로를 치달아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이에 국가통계국은 이달부터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도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중국의 7월 수출액은 2817억 6000만 달러(약 370조원)로 전년 동기대비 14.5%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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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사진=AFP/연합)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다.

디폴트에 빠져 중국 부동산업계 위기의 진앙이 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 15’는 외국계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국제적인 지급 불능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헝다 계열사인 톈허홀딩스도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헝다에 이어 매출 기준 업계 1위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에 이어 원양(遠洋)집단(위안양그룹·시노오션), 완다(萬達) 등 다른 부동산 업체들마저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놓이자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또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국영 개발업체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본토와 홍콩증시에 상장된 38개 국영 건설업체 중 18개가 올 상반기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국영기업들도 부동산 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크레디트사이트의 제리나 젱 애널리스트는 "중국 부동산 둔화는 국영기업을 포함해 모든 개발업체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23% 하락, 6월(-0.06%)에 이어 2달 연속 하락세다. 블룸버그는 "실제 집값 하락은 공식 통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이 투자자들에게 신탁상품에 대한 지급 의무를 못하는 등 그림자금융 부실 문제도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 중국 성장률 전망치 줄하향…"회복 못할 수도"

이처럼 중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확인되자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하고 있다.

최근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6.4%에서 4.8%로 낮췄다. 영국 바클레이스와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관련 전망치를 각각 4.9%, 5.5%에서 4.5%, 5%로 하향 조정했다. UBS는 중국이 올해 5% 성장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97 아시아 금융위기,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미국의 베테랑 전략가 데이비드 로치는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 모델은 과거 여러 유산에 따른 허점들이 있다"며 "앞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악성 부채와 자산을 마치 수술처럼 없앨 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동시에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 등) 기존의 전통적 성장 방법에도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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