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부실시공을 근절하기 위해 불법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준현 에너지경제신문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건설노동자들이 최근 철근누락 등 부실시공 원인이 불법하도급과 속도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주자에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 등을 부과해 건설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서 제기됐다.
9일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실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현장 노동자가 말하는 부실시공’ 등을 주제로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의원은 "부실시공 근본 문제는 공사비와 공기 부족이고 이를 유발하는 것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다"며 "비용을 노동자와 하청업체에게 직접 지불하고 그 기록을 전자시스템에 남기는 ‘직접지급제’ 의무화를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장 노동자들의 부실시공 실태 고발이 이어졌다. 김봉현 레미콘 노동자에 따르면 불량 레미콘은 보통 시멘트와 자갈, 모래, 혼화재 등을 배합하는데 그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장시간 타설 지연, 악천후 속 작업으로 인해 불량 레미콘이 나온다. 특히 불량 레미콘으로 타설하면 원칙상 타설부위를 허물어내고 재타설 해야 하나 이를 은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주장이다.
철근 누락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인도 나왔다. 우선 누락 원인으로 철근 작업의 숙련공과 비숙련공의 차이를 들었다. 숙련공은 도면을 보는 사람의 설명을 듣고 조립을 정확히 할 수 있는 작업자다. 그러나 비숙련공은 도면을 이해할 수 없고 숙련공 없이는 작업물 또한 도면대로 시공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보니, 비숙련공이 현장에 많을 때 시공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량판 구조의 근본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인천 검단아파트는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으로 붕괴했는데, 사실 전단보강근이 빠졌다고 해서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은 무량판 구조 공법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전단보강근은 말 그대도 더 튼튼하게 짓기 위한 부자재일 뿐이라는 것.
한경진 철근 노동자는 "전단보강근 시공은 어렵지 않으나 시간이 많이 들고 인력 투입이 철근물량 대비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건설사에겐 비용투입이 많은 작업이다"며 "그나마 내국인 숙련공은 도면에 전단보강근이 있다고 한다면 빼먹지 않고, 혹여 실수로 빠졌다 해도 타설 전 점검하는 것이 시공사와 감리의 업무다"라며 설계·시공·감리의 총체적 부실임을 갈음했다.
공사기간 단축을 현장에서 체감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기를 줄여야 관리비, 자재 임대료 등을 줄일 수 있어 우천, 한파, 폭염 등에도 일을 강행한다"고 했고, 불법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대해서는 "70~90%가 이주노동자로 구성돼 있고 본층에서는 100%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에 숙련도가 부족해 부실 시공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장 많이 도마 위에 오른 감리에 대해서는 "감리의 역할이 철근시공 전 기둥 옹벽과 보강철근의 위치가 바닥에 잘 표시됐는지 확인하고 승인을 하는 것이다"며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작업이라 감리가 해야 하는 검침을 형식적으로 사진만 찍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고층아파트는 중간층 위로는 올라오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제언했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건설기술 진흥법 제45조 2에 따르면 공사 발주자는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할 의무가 있다"며 "발주처는 국토부의 공사기간 산정기준에 따라 적정 공사 시간을 산정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총 공사비 100억원(시·군·구 50억원)이상인 건설공사의 발주처는 공사기간 산정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설노조는 발주자의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 설계, 숙련공 양성을 위한 건설기능인등급제 제도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