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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건설사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김회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왼쪽)가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현장을 방문해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물 특별점검을 진행하는 모습.사진 HDC현대산업개발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안전관리자(CSO) 등 경영진이 직접 건설현장에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진행하면서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106명이었다. 해당 감시체계를 시작한 지난 5월 20일 이후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1984명이다. 작년 동기(1323명)보다 661명(49.9%) 늘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2명 늘어 모두 27명이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7명이었다.
이처럼 온열질환이 기승을 부리자 건설사들은 CEO 및 CSO 등 경영진 주관 하에 혹서기 대비 현장점검에 나섰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건설부문, HJ중공업 등은 CEO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근로자들을 독려했다. 일례로 김회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현장을 방문해 시설 및 근로자 관리 현황을 살피고 여름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도 김진 CSO와 함께 지난 3일 경기 용인시 소재 주상복합 현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에게 혹서기 물품을 나눠주며 현장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진행했다.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지난달 19일 방문한 ‘베르몬트로 광명’ 현장에 이어 이달에도 폭염 취약현장 방문을 계속할 예정이다.
GS건설,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등에서는 CSO가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을 실시했다. 우무현 GS건설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 현장을 찾아 안전보건 점검을 실시했다. 황준하 현대건설 CSO는 지난 3일 행정안전부·대한적십자사·동아오츠카와 함께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경남 ‘힐스테이트 창원 더퍼스트’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폭염 공동 캠페인’을 전개했다. 방성종 SK에코플랜트 CSO는 지난 4일 인천 ‘송도 럭스 오션 SK뷰’ 신축 현장을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 독려에 나섰다.
정부도 건설 노동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오전 경기도의 한 중소규모 건설 현장 4곳을 방문해 휴식 시간 보장 등 폭염 대응 상황을 확인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사업주와 근로자도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등 선제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발효된 경우 1시간마다 10∼15분 휴식을 보장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야외 작업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일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3206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81.7%는 오후 2~5시에도 실외에서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또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을 부여받는 노동자도 25.4%에 불과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더워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게 더 무서워 작업을 중단해 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며 "고용노동부는 권고만 하지 말고 고용노동부령을 개정해 폭염대책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