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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럽 에너지대란에 全가구 전기료 66만원 지급 '선제 대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03 17:08

작년 우크라戰 영향 에너지가격 급등, 200만가구 전기료 못내



정부, 공급사와 긴밀 협력…6개월 걸쳐 에너지요금 자동 차감



"한국 에너지캐시백 흥미로운 정책…英 비효율성 해결에 도움"

영국

▲영국의 에너지 수급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Energy UK의 고객정책 담당 달시 콜링스 매니저가 런던 사무실에서 영국 에너지복지 정책과 기관 업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나유라 기자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에 집중호우와 이상고온, 잦은 대형산불이 빈발하면서 인류를 포함한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에 따르면, 올해 6월 세계 평균 기온은 16.55℃로 역대 관측상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고, 7월 들어 지난 3~5일 지구 평균 온도가 사흘연속 17℃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같은 이상기온과 재해는 자연생태계를 교란해 곡물 및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끼쳐 관련 식품과 제품 가격의 폭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사회 빈곤층에 직접 피해를 입힌다. 전기·가스 등 구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에너지 소외’로 국민행복권과 사회안전망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기 위한 에너지 복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국내외 관련 정책과 전문가 제언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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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런던(영국) 나유라 기자] "지난해 8월 영국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약 200만 가구가 전기요금을 내지 못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모든 가정에 400파운드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가동했다. 현재까지는 이런 정책들이 큰 어려움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 겨울이다. 전기요금 하락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겨울에 발생할 지 모르는 에너지대란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에너지산업협회 격인 Energy UK의 고객정책 담당 달시 콜링스(Darcy Collings) 매니저는 런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포함한 영국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정부의 지원책을 먼저 언급했다.

Energy UK는 영국의 전기 공급사, 전기 제조사, 전기차 충전설비사, 발전기 제조사 등 100개 이상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일종의 에너지산업협회다. 회원사들이 영국 발전량의 80%를 공급하고, 영국가정 95%의 에너지를 담당할 정도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콜링스 매니저는 Energy UK에서 회원사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고객 의견들이 실질적인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 영국, 지난해 에너지대란에 전체 가정 6개월간 전기요금 지원…"다가올 겨울이 문제"

콜링스 매니저는 지난해 8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영국의 에너지 가격이 한 달 새 80% 급등하면서 에너지 빈곤층은 물론 일반가정들도 큰 고통을 받았던 상황을 소개했다.

전쟁 여파로 같은 해 9월 전기요금을 지불하지 못한 가구 수가 200만 가구에 이를 정도였고, 이 때문에 영국 에너지기업들도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가구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에너지 공급사와 긴밀한 협의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 가구에 총 400파운드(약 66만3000원)의 일회성 에너지요금을 지원했다. 6개월에 걸쳐 매월 에너지요금에서 66~67파운드를 자동으로 차감한 것이었다."

동시에 영국 정부는 같은 6개월 동안 일반가정에 적용되는 ‘에너지 가격상한(energy price cap)’을 표준가구 기준으로 연간 2500파운드(약 400만원)로 동결했다. 에너지 가격상한은 전력 및 가스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단위당(kWh) 요금상한이다. 실제 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영국의 에너지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에너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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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ergy UK 노력에...에너지요금 인상 계획안 연기


콜링스 매니저는 "정부는 당초 지난해 10월부터 전 가구에 지원하던 에너지 요금 지원책을 올해 3월 종료하고, 4월부터 에너지 요금을 약 20% 올릴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다시 에너지 가격이 올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많은 가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Energy UK는 130개 자선단체들과 ‘요금인상 반대’에 연대한 결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안을 7월로 연기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Energy UK의 노력과 영국 정부의 빠른 정책 전환 덕분에 일반 가구와 에너지 빈곤층이 큰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었다.

다만, 다가올 겨울에 제2의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콜링스 매니저는 우려했다.

"올해 겨울에도 전기·가스요금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채도 늘고 있어,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콜링스 매니저는 "유럽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굉장히 엄격해 지방정부, 병원 등이 보유한 개인정보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어렵다. 그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은 전기 공급사, 판매사가 여러 곳이며, 취약계층 지원 방법도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빈곤층이 직접 회사에 접촉해 지원 방안을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콜링스 매니저의 설명이다.


◇ "한국 에너지캐시백, 흥미로운 정책…영국에 에너지 효율성 생각하는 계기 제공"

콜링스 매니저는 한국의 에너지복지 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아주 흥미로운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도입된 에너지캐시백은 개별 세대 또는 아파트 단지가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캐시백을 주는 전국민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이다.

"영국은 주거 형태가 아파트가 아닌 개인주택이 많고, 오래된 가옥들이 많아 에너지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단순히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는데, 한국의 정책을 보니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영국도 단열재 시공, 보일러 교체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미 건물이 노후화된 탓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한국의 에너지캐시백은 영국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콜링스 매니저는 "프랑스는 전체 에너지 공급액의 92%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에 가격이 저렴하고, 독일도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경우 사용자에 혜택을 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럽 다른 나라의 사례를 한국과 비교해 차이점과 유사점이 있음을 소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콜링스 매니저는 "장기적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고, 우리 모두가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하는 등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ys106@ekn.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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