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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선가도 ‘빨간불’?…당원권 10개월 정지로 내년 총선 역할 어려워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2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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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홍준표 시장이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10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받으면서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서 사실상 역할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전날 홍 시장에게 내린 ‘당원권 10개월 정지’는 제명이나 탈당 권유보다 약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중징계로 받아들여진다. 윤리위 회의에서 탈당 권유를 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의 당원권이 정지돼 광역자치단체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큰 제약이 따르지는 않지만 국민의힘과 대구시 간 당정협의 등에 일부 차질이 생기고 홍 시장 개인적으로도 집권당 출신 광역단체장 활동의 프리미엄도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전략 등에도 다소간 악영향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 시장의 당원권은 이번 징계로 내년 총선이 끝나고 한 달여 뒤인 내년 6월에 회복된다.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내년 총선 관련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영향을 행사할 수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으로서 내년 총선 때 그의 손발이 사실상 묶이는 셈이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장은 총선 등 대형 선거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정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역할을 하고 관내 공천 등에서 적지 않은 입김을 불어넣는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홍준표 시장이 있는 대구광역시는 국민의힘 텃밭으로 여겨진다. 대구 지역은 현재 12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가지고 있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 때 적어도 대구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12곳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의 공천 등에 암암리 개입하거나 이들 각 후보별 선거를 비공식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시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이번 중징계로 홍 시장은 당내 입지가 흔들리는 등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고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재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홍 시장으로선 내년 총선 과정에서 일정부분 선거 역할을 하거나 공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민의힘 당내 존재감을 높이고 우호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며 "하지만 이번 징계로 그런 기회가 막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또 다른 인사는 "보수층 대중 사이에서 홍 시장의 존재감은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이런 존재감이 당심과 비례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내년 총선 때 역할을 통해 당심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홍 시장으로선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홍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당원 등 선거인단 투표에서 뒤쳐지는 바람에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당심은 윤석열, 민심은 홍준표’라는 뜻의 ‘당윤민홍’이라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징계 결과를 두고 홍 시장과 종종 부딪쳐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 지도부가 홍 시장의 공천 등 총선 영향을 제한하려 한 것 아니었겠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당 주류측에서 내년 총선을 계기로 여권 내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는 홍 시장을 사전 견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홍 시장은 이번 ‘수해 골프’ 논란에 앞서 경남지사 시절이던 2015년에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당원권이 정지된 바 있다. 당시 경남지사였던 홍 시장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기소 시점에 당원권이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규정해놨고 이에 홍 시장도 당원권 정지 징계가 확정됐다. 이후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7년 2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당원권이 회복됐다.

당시에는 당헌에 따라 자동 징계가 됐지만 이번에는 홍 시장의 귀책 사유에 대해 윤리위가 공식 절차를 밟은 끝에 중징계를 의결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홍 시장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윤 대통령의 라이벌이었지만 대구시장에 오른 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연력 상향 등 윤 대통령이 정책 변경에 시동을 걸면 홍 시장이 지방정부 중 선두에 나서 핸들을 잡는 식으로 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또 지난 3월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의 당정 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현직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정책은 수포로 돌아간다"며 윤 대통령 입장에 힘을 실었다.

‘진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주목받던 홍 시장은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로 저격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5·18 헌법 전문 수록 반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4·3 격 낮은 기념일’ 등 잇단 논란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전광훈 목사와의 ‘손절’과 함께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전 목사가 "정치인들은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라"고 주장한 발언에 대해 홍 시장은 "거기(전 목사)에 빌붙어 최고위원이나 당 간부 하려고 설치는 사람이 당을 운영해서 되겠느냐", "‘그 사람 우리 당원 아니다’라고 소극적인 부인만 하면서 눈치나 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라며 전 목사를 대하는 당 지도부의 태도를 연일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했을 때에도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정치) 싸움도 그렇지 않으냐"며 "어차피 (윤석열) 정부는 정치에 노련하지 않다.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여당의 원로이니 중앙당에 그런 말을 한 번씩 해달라"고 하자 홍 시장은 "이야기하는데 당 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라며 직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꼬집기도 했다.

한편 홍 시장은 이번 윤리위 징계에 대해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SNS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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