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 씨 추모공간에 ‘다음 생엔 교사하지 말아요’라는 선배 교사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강화를 위한 교육부 고시 제정과 자치조례 개정 추진을 강조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이 최근 마무리된 만큼, 일선 현장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지했다.
그러면서 "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이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일관되게 교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교권 확립이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고 결국 학생들에게도 도움 된다는 정책 철학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 교사의 학생 생활 지도권을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고 지난 6월 말에는 교원이 학업, 안전, 인성 등에 대해 조언과 상담, 주의, 훈육 등을 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안으로 교육부 고시를 개정해 교육상 부적절한 물건 소지와 수업시간 중 주의, 훈계 등 시행령에서 위임한 학생지도 방식의 구체적 범위를 규정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학교장, 교사가 학업이나 진로, 인성·대인관계 분야에서 학생들을 훈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의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부·여당이 교권 추락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도 재정비를 지시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과 자유, 권리를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2010년 진보 성향 교육감들 주도 아래 처음 도입됐다. 이후 경기도, 서울시 등 총 7개 지자체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학생 인권 보호에 과도하게 무게가 쏠리면서 교사의 정당한 지도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육부도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차별 금지나 사생활 침해 금지 조항이 악성 민원의 근거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자 교사의 권한을 구체화하겠다고 나섰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조례는 법령이 정하는 틀 내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에 적절하지 않거나 (법의) 틀 내에서 어긋났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고시에) 적극적으로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수업 중 휴대전화로 장난을 쳐도 (휴대전화를 압수하려면) 학생들이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고시에 ‘교원은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사용이 교육활동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응한 경우 검사와 압수를 할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내용으로 한 주민 서명부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제출된 이 서명부에는 폐지 청구를 위한 1만 2073명 조건을 훌쩍 넘긴 2만 963명 서명이 담겼다. 도의회는 서명의 유효성을 따져 이르면 오는 9월 회기에서 운영위원회의 적격 심의를 시작으로 폐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개정 방안을 구체화했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장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4조(책무) 3항에 ‘학생 및 보호자는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 개정 등이 본질적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진보 진영에서 이어지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여권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 논의에 "이게 학생과 선생님 간 인권 충돌, 인권 조례에서 비롯된 것이란 접근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학생과 선생님을 가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 인권과 교육권은 양자택일이 아니고, 상충하지 않는다"며 "두 인격체가 교실 안에서 공존하고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게 우리 사회와 선생님들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인 같은 당 유기홍은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마치 이번 일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 우려스럽다"며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 간 상관관계가 있지 않은데, 이걸 해법으로 생각하면 정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고 정략적 갈등의 소재가 돼버리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조례에) 학생의 권리 외에 (학생의) 책무성 조항을 한 조각 넣는 부분에는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역시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은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며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비약"이라고 조례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사들이 힘든 원인은 학부모가 법적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할 때 학생인권을 예로 들기 보다는 아동학대법에 근거할 때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