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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잇따라 공언한 내년 총선 공천 혁신의 회의론이 당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온다.
혁신위가 1호 쇄신안으로 내놓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조차도 한 달째 당으로부터 묵살되고 있는데 그 보다 훨씬 어려운 공천 혁신까지 결단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위가 출범 때부터 이미 공천 관련 논의 업무를 갖는지를 놓고 당 내부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점도 회의론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결국 혁신위의 무용론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원회가 최근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혁신의 발걸음을 뗐다. 혁신위는 오는 17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당 개혁을 위한 의견 청취에 나설 방침이며 21일에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윤리 정당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혁신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윤리정당 방안에는 선출자 공직자·당직자의 위법 의혹이 제기되면 자동적 조사 개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혹으로 자진탈당하는 경우 복당을 제한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일 시민사회 원로들과 만나 ‘이기는 후보 공천하는 기준’을 전달받았다고 소개하며 "원로들이 고인 물과 기득권을 없애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혁신위 출범 첫 회의 때도 "(민주당이)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면서 "민주당은 정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혁신위의 1호 혁신안부터 당내 반발에 막혀 한 달 째 표류하고 있다.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당에 요구한 1호 혁신안은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 및 향후 체포동의안 제출 때 가결 당론 채택’이다.
당이 1호 혁신안을 미온적인 태도로 묵살하면서 혁신위는 사실상 공전하고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는 이재명 당 대표가 지난 대선공약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 두 차례나 약속한 사항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정식 안건으로 올리고 추인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특히 박광온원내대표가 ‘쇄신안 추인’을 공개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 문제는 다음 의원총회에서도 우선순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26일 혁신위의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 요구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 "국회 비회기 기간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며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이 1호 혁신안에 대해 묵묵부답인데 공천 혁신은 더 어려운 것 아니냐는 물음에 "내놓은 것을 안받으면 민주당이 망한다"라며 "망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을텐데 마지막 힘 겨루기 하는 것"이라고 밝혀 당에 우회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혁신위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첫 과제로 선정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당 지도부는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 검찰을 비판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검찰이 돈 받은 당 현역 의원을 20명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 "추측성 정치적 행동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검찰을 추측을 할 게 아니라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그것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도리"라며 도리어 일침을 가했다.
혁신위가 2호 혁신안으로 요구한 ‘꼼수탈당 방지책’ 역시 지켜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은 꼼수탈당에 대한 쇄신안이 거론되던 당시인 지난 7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꼼수 제명’됐던 김홍걸 무소속 의원을 복당시키기까지 했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거나 혁신위의 쇄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던 이 대표의 말은 허울 뿐 당 지도부가 혁신위 제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가 복수의 혁신안을 제기하면 수용이 가능한 안을 선별적으로 가려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과 혁신안에 대해 논의하며 혁신위와 비공식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당 대변인은 혁신위가 열리기 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권고에 대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