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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야권에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당 창당 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에 이어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의원까지 신당 창당을 예고하며 ‘제3지대론’이 주목받고 있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에 대한 소모적인 정치에 실망감을 느낀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 그 배경으로 보인다. 중도층의 정치적 피로감이 커지면서 자연히 제3의 정치세력의 존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총선을 10개월 가량 앞두고 있어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특히 신당 창당 주도 인사들이 모두 초선의원 출신인데다 현역 의원 등 세력 규합 등과 관련 가시적이고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제3지대 신당 창당 비관론의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최근 신당 창당 움직임이 대의명분보다는 창당 주도 인사들이 내년 총선 때 본인 개인의 금배지를 다는 것에 더 큰 목표를 둔 전략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신당인 ‘한국의희망’ 창당을 공식화하고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시대로 건너가야 한다"며 "기존 정치와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희망 3대 모토는 ‘좋은 정치·과학 정치·생활 정치’다.
양 의원은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낡고 비효율적인 정치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과학 정치’로, 그들만의 특권을 버리고 국민 삶을 바꾸는 실용 정치, ‘생활 정치’로 바꾸겠다"며 "무엇보다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중심에 두고 모든 정당과 손 맞잡고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낡고 비효율적인 정치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과학 정치로, 그들만의 특권을 버리고 국민 삶을 바꾸는 실용적 생활 정치로 건너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적 지위, 혜택, 지원을 포기하겠다. 이를 동력으로 사회 기득권이 누리는 모든 특권도 박탈하겠다"며 "국민이 바라는 특권 없는 나라, 그 혁신을 시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희망은 이날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한 정당 혁신 △상시·체계적 정치학교 도입 △중앙당과 독립적 청년조직 운영 △과학기술 패권국가로의 비전 제시 △특권 없는 대한민국 △협치의 제도화 △미래 세대가 호응하는 정의 사회 △투명하고 책임있는 조세제도 △상생과 존중의 노사관계 △저출산·고령화 극복,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등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신당 창당 준비를 공식화한 금태섭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수도권 중심의 30석 정당’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오는 9~10월께까지 신당 창당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들은 현재 시·도당 창당 준비를 비롯해 기존 정치권 인사보다는 실무 능력이 뛰어난 신선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진보성향 정의당에서도 신당 창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의당은 전날 노동·노객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정치세력과의 연대·통합을 통한 재창당을 선언하며 ‘제3지대론’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거대 양당의 충돌로 지친 국민들이 신당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거대 양당은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간호법 등의 연이은 법안 처리에 극한의 대치를 보이면서 국민들의 피로도를 높여 온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에 최근 부동층이 증가함에 따라 중도 신당 창당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양당의 공천학살도 예상되면서 비주류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경쟁적으로 신당 창당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양 의원과 금 전 의원 등의 신당 창당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개인의 정략적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신당 창당 움직임이 표면적으로는 거대 양당 체제를 깨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비례대표를 통해 의원직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신당 창당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 다수의 생각이다.
제3지대 신당이 창당된다고 해도 무당층을 온전히 흡수하기에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거론되는 신당들의 경우 뚜렷한 집권 플랜이나 비전도 알려지지 않은 데다 신당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스타급의 파급력이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하는데 이번 신당 창당을 시도하는 예고하는 의원들 중 눈에 띄는 인물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평론가는 "성공 여부는 어떤 사람들이 중심이 될 것인가다"면서 "몇몇 기성 정치인의 의원 당선용으로 나아가면 실패할 것. 특히 공천 탈락자 집합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은 아직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봐야 하고 조국 전 장관은 당내외 비토세력이 많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