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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온라인 판매’ 대세인데···눈치만 보는 현대차·기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4 14:47

‘노조 반대’ 제도 도입 요원···EV9 등 두고 ‘기싸움’도



수입차 이어 B2B 철강사들도 ‘비대면’ 판매 체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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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경차 캐스퍼. 현대차·기아에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유일한 차량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산업계에서 ‘온라인 판매’가 대세로 떠올랐지만 현대자동차·기아는 나홀로 눈치만 보고 있다. 일찍부터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노조의 반발이 거세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는 물론 B2B 사업을 하는 철강사들까지 ‘비대면’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현대차·기아 모델은 경차인 캐스퍼 뿐이다. 판매 노조가 비대면 판매를 결사반대하고 있어 해당 제도를 도입하지 못한 영향이다.

기아가 지난 3월 전기차 EV9를 공개했을 당시에는 기싸움이 펼쳐지기도 했다. 사전계약으로 온라인으로만 받겠다는 소식을 들은 노조가 크게 반발한 것이다. 이 같은 영업 방식은 온라인 판매로 이어지면서 영업직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시각이다.

현대차·기아는 노사 단체협약 내용에 따라 차량 판매 방식을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캐스퍼의 경우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생산하는 모델이라 예외가 적용됐다.

다수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제품을 적극적으로 온라인에 선보이고 있다는 점과 대조된다. 수입차 업체들이 특히 발 빠르다. BMW코리아는 일찍부터 ‘온라인 전용 한정판’ 모델 등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최근에도 M3 컴페티션 M xDrive 투어링 퍼스트 에디션 7대와 i4 M50 그란 쿠페 프로 스페셜 에디션 15대를 한정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2021년부터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혼다 CR-V도 비대면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테슬라와 폴스타의 경우 아예 온라인으로만 차를 팔고 있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전시 거점에서 차를 둘러볼 수 있지만 계약은 인터넷으로만 받는 식이다. 볼보는 2025년까지 판매 차종의 80%를 온라인에서 소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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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화면. ‘지금 주문하기’ 버턴을 통해 차량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국산차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출시한 GMC 시에라를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 르노코리아와 KG 모빌리티도 비대면 채널에서 차를 종종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철강사들도 이 같은 바람에 동참했다.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온라인몰을 열고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H코어 스토어(HCORE STORE)’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산업계에서 ‘비대면 바람’이 부는 것은 중간 마진 축소 등 영향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리한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해외에서는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시범 사업으로 운영하던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를 영국·호주·캐나다 등을 비롯해 미국과 인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국내 판매영업망이 워낙 탄탄하긴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지 않는 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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