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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
한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192개국 중 180국의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11년 만에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했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부터 2년간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활동을 하게 된다. 1996~1997년과 2013~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게 있어 안보리 재진입은 그 의미가 실로 크다. 2년 동안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안보리의 이사국들과 수시로 만나면서 여러 가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이 안보리에서 최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드는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No Deal)’ 이후 북한 핵문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미사일 도발은 일상화됐다. 더구나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서방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구도에서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실마리를 찾기가 절망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핵 없는 한반도’는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다음 세대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목표여야 한다. 이를 달성해 내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주변 4강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 보다 많은 지역의, 보다 다양한 나라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될 만한 것이 바로 ‘그린데탕트’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남북간 ‘그린데탕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110대 국정과제’ 안에 그린데탕트를 포함했다. 한반도가 우리 민족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이상, 한반도 전체의 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현 세대의 엄중한 책무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윤석열 정부의 그린데탕트는 가치가 큰 정책 목표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북한의 환경 파괴는 이미 고질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다. 기상청에 의하면 한반도는 온난화가 전 지구의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며 북한의 상황이 남한보다 더 심각하다. 기후위기가 한반도의 생태안보를 위협하고 자연재해의 규모와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재난상황은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하고 경제가 폐쇄적인 북한에게 더욱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반복적인 재난 상황에 의해 노출될수록 북한 사회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고, 이런 사회적 불안은 결국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더욱 위협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를 자행하게 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한반도 평화에도 부정적이다. 반복적인 자연재해와 재난상황은 북한의 생산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식량안보, 생태안보, 에너지안보는 물론 인간안보까지 위협하면서 북한 당국이 갈수록 위법적이고 국제사회에 위협적인 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도 기후위기에 매우 민감하다. 북한은 2014년 ‘재해방지 및 구조·복구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19년에는 ‘국가재해위협감소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2021년 7월13일에는 유엔의 회원국으로서 ‘자발적국가검토보고서’(VNR·Voluntary National Review)를 발간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이행 동향을 유엔에 제출하기도 했다. VNR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보편적인 목표로 여겨지는 SDGs의 달성을 위해 17개 목표와 함께 95개 세부목표를 선별하고 132개 이행지표를 제시한 바 있다. 북한 나름대로 유엔 회원국으로서 책무를 이행하면서도 동시에 SDGs 달성을 위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안보리에서도 북핵 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자연재해 및 재난 상황과 이로인한 생산성 저하, 생태안보 및 인간안보의 위협적인 부분 등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상황을 더 많은 국가들이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가 확산될수록, 바꿔 말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공고해질수록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와 그린데탕트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북미, 북중, 북러, 북일 같은 양자 구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금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신냉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대립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안보리 활동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국가들이나 북한과 그다지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에 있는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안보리 내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런 담론을 형성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함께 남북한 그린데탕트의 계기를 만들기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