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계속되는 영국 에너지위기…英 정부 "요금 할인 대신 효율 개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5 11:07
계속되는 영국 에너지위기…英 정부 "요금 할인 대신 에너지효율 개선"

clip20230605110353

▲런던 시내 곳곳에서 노숙인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사진=전지성 기자.

[영국=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지난 2년 동안 겨울에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보다 난방을 못해서 죽은 사람이 더 많아요. 겨울 내내 집에서 패딩을 입고 있었습니다. 요금은 아직도 비쌉니다."

지난 5월 영국에서 한인타운에서 만난 한 교민은 "한달에 전기·가스 합쳐서 4인 가구 기준 50만원이 넘는 게 일반적입니다. 정부의 지원은 지난해 3개월에 한번씩 30%씩 에너지비용 감면 보조금이 3번 정도 집행된 게 전부였습니다. 지난해에 재정한 연간 에너지요금 2500파운드 상한제도 올해 10월에 끝납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런던에서 만난 시민 서니(SUNNY) 씨가 올해 5월에 다시 제공해준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영국의 에너지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308.99파운드(한화 376약 만원, 6월 5일 파운드 환율 1628.52원 기준)이었던 연간 예상 전기요금은 올해도 비슷한 수준인 2326.53파운드(약 378만원)였다. 지난 4월 써니씨가 지불한 전기요금은 127.09파운드로 한화 약 21만원에 달했다. 출퇴근만 하는 1인 가구인데 이 정도 수준이다. 2인 이상 가구는 무조건 그 이상의 요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 가스·전기 시장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가 지난해 4월부터 에너지 요금을 54% 인상하기로 결정한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2023요금

▲영국 전기회사 E-ON의 올해 4월 전기요금 청구서.SUNNY 제공

5월 폭등

▲영국 전기회사 E-ON의 5월 전기요금 청구서.SUNNY 제공

한국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에너지가격이 폭등했으나 소매요금에 전가되지 않아 일반 국민들은 크게 부담을 느끼지 못했지만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다 떠안으며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는 한전의 채권발행한도를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버텨왔으나 올해는 결국 상반기에만 킬로와트시(kWh)당 20원이 넘는 요금 인상이 단행됐다. 그럼에도 가구당 전기요금 부담은 여전히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한전 측이 지난해 연료비 급등에 따른 소매요금 인상 요인이라고 밝힌 kWh당 5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상폭이며 인상률로 따지면 15%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한 달 평균 332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은 6만 6590원으로 지금보다 3020원 가량 오르게 된다. 연간 요금은 80만원이 안된다. 영국의 요금 청구 상한선인 400만원의 20%에 불과하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향후 2년 동안 연간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 청구 한도를 2500파운드, 한화 약 400만원으로 고정하겠다는 ‘에너지대책’(Energy Plan)을 발표했다. 비즈니스 및 공공부문은 6개월 동안만 적용하기로 해 요금 상한이 종료됐다.

영국 정부는 요금 상한제와 보조금 정책을 계속하기보다 히트펌프(Heat pump)등의 보급 확산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절약을 유도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로 지정, 보급 확산을 통해 에너지이용 효율화를 기하고 있다. 또한 인센티브제도를 통해 세금혜택과 대규모 투자 및 연구 지원이 이뤄지며 적극적인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한 대의 기기로 연간 냉방과 난방을 모두 꾸준히 담당할 수 있어 기기의 사용효율이 매우 높고 초기 투자비대비 효과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철에는 실내의 열을 흡수해 실외로 방출해 실내를 냉방하고 겨울에는 실외의 열을 흡수해 실내로 방출해 난방하는 원리다. 영국은 벽돌로 지어진 100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들이 아직도 많으며 창문의 단열 기능도 없고 효율이 낮은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영국 정부는 2016년부터 가정 부문 건물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각종 에너지절감 수단들(단열강화, 창호교체, 고효율보일러 설치 등)을 적용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를 선호하지 않아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clip20230605105527

▲영국 대부분의 주택들은 단열이 좋지 않은 상하 미닫이 방식 창문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전지성 기자.

영국 사업·에너지·산업전략부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에너지 수요를 대폭 감축하기 위해 ‘영국 단열 지원제도(Great British Insulation Scheme)’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약 30만 가구의 저효율 주택에 혜택을 제공해 가구당 평균 300~400파운드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2026년 3월까지 10억 파운드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보일러 개선 제도(Boiler Upgrade Scheme)’를 2028년까지 연장해 히트펌프 구매자에 최대 5000파운드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2억 7000만 파운드의 민간 히트펌프 투자를 유도해 보급을 확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js@ekn.kr

clip20221003143054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