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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더딘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일축했다. 또 한은도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옵션을 열어둔 만큼 앞으로 금리 인상이 절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은은 25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이다. 지난 2월과 지난달에 이어 3번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열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으로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가장 크게 우려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 만큼 한은이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높일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미 연준도 다음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해 한미 역전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줄었다. 현재 한미간 금리 역전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다.
경기 하강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전분기 대비 -0.4%로 후퇴한 후 올해 1분기에 0.3%로 겨우 반등했다. 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 압력을 더욱 키운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내렸다. 정보통신(IT)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을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고, 중국 경기 회복 속도도 늦기 때문이다"라며 "중국의 성장 내용도 내수 중심으로 가다 보니 주변국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의 전파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이 총재는 전망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 한 분기 정도 연기는 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1.4%의 경제성장률이 비관적이고 파국으로 치닫는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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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 논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75%로 높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두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먼저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더뎌 점검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은은 이날 올해 근원물가 성장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3.3%로 높였다. 또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여부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못박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올린 기준금리가 실제 물가나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이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기 보다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환율 영향 등을 보고 움직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금융 안정이 지난해보다는 개선됐으나 금리를 조급하게 내리면 금융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어 중장기적인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물가가 확실히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근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물가가 연말까지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지난달보다 더 명확해졌다고 이 총재는 언급했다. 반면 연말 이후 물가 상승률이 3%에서 목표로 하는 2%로 내려가는 가능성은 더 줄었다고 했다. 지금의 물가 상승률 둔화는 지난해 6∼7월 이후 올라간 물가 상승에 대한 기저효과가 큰데, 기저효과가 끝난 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이날 0.3%포인트 더 높아진 만큼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시장이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난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 "호주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 못했지만 지난 달에 기준금리를 높였다"며 "한은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절대 금리 인상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