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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한미협회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종환 기자] "지금 한국 경제는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뾰족한 수가 없어요.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견뎌내는 게 중요합니다. 자금시장에서 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화, 외화 유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최중경 사단법인 한미협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26일 창간 34주년을 맞은 에너지경제신문과 지난 2일 특별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최중경 회장은 지난달 1일 새 임기를 시작했다. 최 회장은 새 임기를 시작하고 한 달간 특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올해 한미동맹 70년을 맞아 지난달 말 12년 만에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한미 우호증진에 보다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한미협회는 1963년 설립된 순수한 비영리 민간단체다. 정치, 경제, 안보 사회, 문화예술, 교육, 과학기술 등 제반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 및 협력을 통해 한미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 및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57년 동안 저명인사 초청 강연, 학술세미나, 주한미군 격려 행사, 양국 국민 간의 친선모임 등 각종 행사를 주최해왔다.
최 회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이겨나가 앞으로 좋아질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협회에서 젊은 세대에 한미동맹의 의미를 고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강화해 나가고 있는 한미동맹 기조를 잘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다음은 최중경 회장과의 일문일답.
◇ "한미동맹, 미국식 시스템 작동 성공 모델…韓은 美가 더 중시해야 할 파트너"
- 한미협회장 취임 2년의 소회는?
▲ 한미협회장 임기는 3년이다. 지난 2년은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했다. 지난달 1일부터 제 임기가 온전히 새로 시작된 것이다. 의무감과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또 한 가지 방침을 세웠다. 기존에 하던 친교 행사는 그대로 하면서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에서 과학기술·산업 협력이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양국 간의 산업협력이 돼야 동맹관계가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한미동맹의 의미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 올해 한미동맹 70년 의미는?
▲ 70년 동안 동맹이 이어져 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미국적 가치에 의해서 미국적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이식됐다고 본다. 예를 들면 대통령 중심제, 삼권 분립, 자유 기반 시장질서 등이 미국 시스템에 기반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미국 시스템 위에 개발독재로까지 불린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등이 발휘돼 우리의 국력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유를 기초로 한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한미동맹은 미국식 시스템이 작동하는 하나의 성공적인 표본이다. 한미 동맹이라는 건 사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우리의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미국적 가치와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성공한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성공적 표본이기 때문에 그래서 미국이 더 한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꼭 미국이 안보적인 파트너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미국적 가치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뿌리 내렸고 그것이 다른 나라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미국적 가치의 정착과 작동 성공 사례로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더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
◇ "다자 이슈 美 IRA 양자간 풀 수 없어…日·臺·獨 등과 연대 공동 대응해야"
-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은?
▲ IRA는 다자간 이슈인데 양자간 이슈로 정의한 게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반도체에 관여하는 모든 나라의 공통된 이슈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양자 이슈가 아닌데 이걸 양자적 방법으로 풀겠다고 하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국민들이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왜 해결 못하냐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다. 우리만 미국하고 협상을 잘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독일 경제 부총리도 IRA에 대해 이기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즉 우리만 미국 IRA로 피해 보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와 연대해 공동의 솔루션을 만들어서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하고 개별적으로 협상하자는 의견은 들어주겠지만 개별적인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한국에 대해서도 다자간 이슈이기 때문에 양자 협상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정의를 했어야 한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대상은 일본, 대만, 독일, 프랑스로 꼽힌다. 이런 나라들도 IRA에 대해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에게 양자로 해결을 하겠다는 기대감을 주면 안된다. 다자간 연대와 협상을 통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 美 멀리하고 中 가까이 해 경제·한류부문 中서 뭘 얻었나"
- 미중 갈등 상황에서 동북아 외교 전략은?
▲ 중국에서 자꾸 양자택일을 강요하면 답은 뻔 할 수 밖에 없다.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 끊임 없이 대화를 하고 최대한 중간의 공통영역을 만들어내 중국에 이해와 협조를 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게 아니다, 언제까지나 중국과도 소통하고 협조하겠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냉정하게 중국에 국제법상 한반도의 법률적 구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조중동맹조약이 강한 상황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서로 대치하고 있다.
양자택일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과연 맞는 건가? 지금 한국에 양자택일을 하라고 몰아붙이면 답은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하며 계속 남한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서지 말고 중국 편에 서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국도 그런 한반도 관련 국제법적 현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지 자꾸만 한국에 대해서만 비난할 게 아니다.
이런 대치상황에서 미국은 멀리하고 중국하고 친하게 지낸 문재인 정부는 완전 착각하고 잘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진출에 큰 혜택을 본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류도 안 풀어주는 등 이상한 조치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친중정책은 국민들에게 호응을 못 받은 것이다.
중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가만히 놔둬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한중의 산업 구조를 보면 반도체, 전자, 자동차, 배터리 등 경쟁하는 구도가 굉장히 많다. 우리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육성법을 통해 일본에 의존하던 것을 국산화해 수출했다. 중국에서도 경쟁하는 산업에 대해서 똑같이 수출하게 돼 있다. 우리 수출시장에서 중국은 계속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자연적인 트렌트란 것이다. 그것을 처음부터 알고 대응책을 찾아야지 한미, 한중 관계에 종속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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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한미협회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 "尹정부 국정, 국민 이해는커녕 전달 자체도 안돼…소통 강화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 윤석열 정부 취임 2년차 국정의 우선순위는?
▲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언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언론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정권이 국민에 대해 다가가서 소통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2년 차에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국민이 알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전달은 했다는 것인데 지금은 언론이 우호적이지 않으니 이해는커녕 전달도 안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빈 방문에서 의회 연설을 하는 과정이라든지,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하는 스킨십을 해서 미국인들에게 어떤 반응을 받았는지, 이런 내용들을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다. 옛날 뉴스 보도 같았으면 대통령의 국빈 방문 보도로 도배를 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적정한 양은 전달돼야 한다. 하지만 전달 자체가 되지 않으니 국민들도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전달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냐는 소통 문제가 가장 중요한 국정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 "개혁 이슈화, 여소야대 국회 상황선 생산성 없어…내년 총선 결과 보고 추진해야"
- 윤석열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필요한 점은?
▲ 개혁 이슈를 다루기 위해 내년 총선까지는 조금 미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국회에 보내면 통과는커녕 정치적으로 논란만 일으킬 뿐이다. 전 세계 정치 역사를 보면 개혁해서 오히려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개혁이라는 건 결국 국민들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다양하게 들어보고 사례도 연구해 만들어 가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혁 이슈를 다룬다는 것은 원초적으로 생산성이 없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정치의 장에 개혁 이슈를 던져 승부를 보려고 할 단계는 아니다. 총선 결과를 지켜보고 총선 결과에 따라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 "지금 우리 경제, 명의 편작이 와도 못 살려…피해 최소화하며 기회 올 때까지 견뎌야"
-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은?
▲ 국내시장보다 대외교역에 의존하는데 대외 상황이 너무 어렵다. 미중 갈등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자체가 흔들리고 이합집산을 이어가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밖에 없다. 사미인곡을 보면 편작이 열 명 온들 이 병을 어찌할까라는 말이 있다. 진짜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편작, 즉 명의가 와도 내 병을 어찌 할 것이냐는 말이다.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은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 마디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얘기다.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견뎌낼 수 있는 방법 밖에 없다. 물론 기업에서는 골라서 투자를 하겠지만 정부에서 투자하라고 권유하기 상당히 머쓱한 상황이다. 산업이나 기업별로 이 폭풍우를 피해 생존하면서 여건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회가 올 때까지 참호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하며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심정으로 현재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넘어가야 한다.
◇ "공기업, 대주주인 정부 지침 따라야…반정부 심리 이용 개인 이기주의엔 강하게 나가야"
- 윤석열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또는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선?
▲ 사람마다 보는 각도가 다른데 약간 부드럽지 않다는 느낌은 있다. 그러나 지금 냉정하게 보면 금융기관이 과점이다. 과점 상태 지위를 이용해서 금리 올릴 때 확 올리고 내릴 때 덜 내리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입은 민간 개입으로 보지 않고 시장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개입으로 본다. 자유경제라는 건 정부와 시장의 끊임 없는 상호작용이다. 결코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KT 문제의 경우는 대주주인 정부 지시를 안 듣는 게 문제다. 민간 기업의 대주주를 존중하라고 그러면서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 정부의 지침을 안 따른다면 그것이 문제다. 시장 경제 원리나 법률적으로 볼 때 대주주인 정부의 뜻대로 따라야 한다. 소위 말해서 반정부 심리를 이용하는 개인 이기주의에 대해서 오히려 강하게 나가야 한다.
◇ "전기요금, 과감하게 현실화해야…한 번 비판 감수하고라도 단계적 인상 플랜 제시 필요"
- 전기요금 현실화 방안은?
▲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취임 초부터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전기요금 현실화를 못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과감하게 현실화해야 한다. 비싸게 해야 중요함을 느낄 수 있고 절약도 할 수 있다. 한 번의 비판은 감수하고 단계적으로라도 인상하는 플랜을 제시해야 된다. 단계적인 인상 플랜이라도 현 시점에서 제시하면 더 이상 논란 없이 올릴 때마다 나오는 부담은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꺼번에 대폭 인상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전기요금은 현실화해야 한다. 원전도 이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됐고 한국은 원전 강국이다.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가야 한다고 본다. 원전 생태계를 회복해 나가고 있는 것은 현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재정 건전화 방향은 맞는데 속도는 조절해야…기재부 긴축 속도 너무 빠를까 걱정돼"
- 재정 건전화 방향과 조언은?
▲ 재정의 경우 건전화 방향으로 분명히 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방만했던 재정 운영을 건전하게 가는 것은 맞다. 너도 막 썼으니까 나도 막 쓰겠다는 식으로 재정이 운영되면 안 된다. 재정 건정성의 방향은 맞는데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 금리를 한꺼번에 올리기는 너무 힘들다. 경제 운영도 힘들어질뿐더러 국민들의 삶도 힘들어진다. 재정 건전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절제된 방향으로 가는 건 맞는데 제한된 시간 동안 목표를 가지고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당장 180도로 돌아서 뒤로 가선 안 된다. 지금은 재정이 역할해야 될 시점이기 때문이다. 재정에서라도 숨통을 틔워줘야 되는데 기재부가 오히려 재정 긴축의 속도를 너무 빠르게 움직일까 봐 오히려 걱정이 된다. 원화, 외화 유동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부족함이 없게 유동성을 잘 관리하는 게 지금의 목표여야 된다. 경제부처와 금융계는 유동성을 적절하게 관리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윤석열 정부가 한미괸계의 방향을 잘 잡았기 때문에 보조를 잘하면 될 것 같다. 한미동맹의 기본적인 가치를 찾아 한미동맹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나가려 한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의 현 좌표와 향후 과제를 담아 70주년을 기념하는 도서를 출판하려 한다. 특히 젊은층들이 이해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맡은 임기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김종환 기자, 사진 = 송기우 기자
■ 최중경 회장 프로필
◇약력
△1956년 경기도 화성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하와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제22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외화자금과·금융정책과 과장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실장·국제금융국 국장 △국제부흥개발은행 상임이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제22대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 대사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지식경제부 장관 △동국대학교 행정학 석좌교수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제8대 한미협회 회장